정책과 동향
ESG 투자와 소비자 관심 열풍, 해조류에서 답을 찾는 美 기업들
작성자 : 편집부
2021-04-04 |
조회 : 1316
- 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지표 ESG, 투자자와 소비자 관심 열풍
- 해조류의 잠재력을 활용한 시장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기업지배구조(Government)의 약칭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UN이 2006년에 제정한 ‘UN 책임투자원칙’을 통해 처음 등장했다.
재무적 성과만 바라보던 과거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탄소 저감, 순환 경제, 사회공헌,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는 세계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핵심지표로 전 세계 기업 경영의 뜨거운 화두로 부상했다.
ESG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는 투자사와 투자가들이 늘어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파장으로 말미암아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증폭되면서 ESG는 투자의 주류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그린과 환경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공생의 가치를 중시하고 지구와 후세대를 위해 좋은 제품을 골라 쓰려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해조류는 이러한 ESG 투자 및 소비 트렌드에 매우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별도의 담수를 투입하지 않고도 해조류를 양식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해양 생태계를 정화하며, 재배한 해조류는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량 공급원이 될 뿐만 아니라 가공을 통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조류의 지속가능성과 그 잠재력을 포착해 ESG 투자자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기업들을 아래에서 소개한다.
해조류를 이용한 가공식품으로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착한 기업’ 이미지 어필
요즘 미국에서는 식물성 식품과 식물성 영양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 웰빙 중심 시장 분석 데이터 제공업체인 SPIN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식물성 식품판매시장 규모는 2019년 50억 달러를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2017년 판매규모에 비해 약 29% 증가한 것이다.
해조류는 식물성 식품 범주에 속하면서도 비타민, 미네랄 및 필수 단백질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하고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현재 미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식자재다. 그뿐만 아니라 해조류는 식량 수요 증가, 가뭄 증가, 토양 품질 감소라는 세계적인 식량 공급 문제에 있어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공급원으로, 전 세계의 식량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 문제, 건강 문제에 관심이 높은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쿠아(AKUA)는 다시마(Kelp)를 이용해 식물성 고기패티, 육포, 너깃 등을 제조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이다. 아쿠아가 개발한 다시마 육포는 2019년 타임즈가 발표하는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2020년에는 비즈니스 매거진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가 발표하는 식품 분야 혁신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쿠아의 대표적 상품인 다시마 육포는 다시마, 표고버섯, 완두콩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섬유질, 단백질,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아쿠아는 육류 대체품과 지속 가능한 스낵을 판매하는 기업에 있어서 해조류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신세계라고 칭하며, 식물성 육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제품 종류를 확장하고 있다.
블루 에볼루션(Blue Evolution) 역시 김(Seaweed)과 다시마 등 해조류의 잠재력을 포착하고, 직접 재배한 해조류를 활용해 김 팝콘, 김 파스타, 말린 다시마 스낵, 다시마 퓌레 등 다양한 식품을 제조하고 있다.
블루 에볼루션은 미국에서 소비되는 해조류의 약 98%가 수입되고 있다며, 직접 해조류를 양식해서 태평양 연안 해수 청정화 및 기후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미국의 식물기반식품협회(PBFA)와 웰빙 중심 시장 분석 데이터 제공업체인 SPINS가 함께 발표한 데이터에 의하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로 미국의 소비자들이 건강과 면역력을 강화하는 식물기반 식품에 크게 관심을 보이면서 해당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성장했다. 특히 지난 2020년 3월에는 식물기반 식품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몇 년간의 판매량에 비해 90% 증가했고, 이후 4주 동안 식물기반 식품 판매는 27%가 증가하며 총 식품 판매를 크게 앞섰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해조류를 이용한 식품이 주목받는 원인으로 이들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ESG 경영, 이른바 ‘착한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들, 그리고 이들에게 기꺼이 지갑을 여는 ‘환경친화적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해조류의 무한 변신, 바이오 연료에서 생분해 플라스틱까지
석유화학제품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에너지를 생산할 때 유해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석유화학 연료를 비롯해서, 석유화학제품의 대표 격인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생분해되지 않아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된 지 오래다.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는 석유화학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신테틱 지노믹스(Synthetic Genomics)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엑손 모빌(Exxon Mobile)과 협력해 해조류를 최적화해 디젤 및 제트 연료의 전구체인 지방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연료를 제조하고 있다.
또한, 해조류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단백질 및 탄수화물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다. 신테틱 지노믹스는 2025년까지 하루 1만 배럴의 해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 롤리웨어(Loliware)는 해조류를 이용한 일회용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롤리웨어 측에 따르면, 이들이 만들고 있는 해조류 플라스틱은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수준의 높은 생분해성을 갖고 있어 기존의 옥수수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PLA)보다 환경친화적이고, 바다에 들어가면 킬레이트화 되어 완전히 용해되므로 해양 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롤리웨어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첼시 브리간티(Chelsea Briganti)는 “조류는 최대 9~12피트까지 자랄 수 있으며 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
우리는 5~8개의 다른 종류 해조류를 적절히 혼합해 제품을 만들며, 이를 통해 플라스틱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모방하고 있다”며, 자사의 제품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롤리웨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이들이 약속하는 지속가능성의 미래는 ESG 투자자들에게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롤리웨어는 2020년 600만 달러에 달하는 시드 라운드에서 790만 달러를 투자받았으며, 미국에서 매우 저명한 투자자인 마크 쿠반(Mark Cuban)도 롤리웨어에 초기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현재 롤리웨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생분해 빨대, 컵, 주방용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16년에 설립된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신생기업 체커스팟(Checkerspot)은 해조류 기반 폴리우레탄으로 서핑보드와 스키를 제조하고 있고, 2017년에 설립된 뉴욕의 신생기업 앨지니트(AlgiKnit)는 해조류 기반 원사(섬유) 및 직물을 제조하고 있으며, 앨직스(Algix)는 해조류 혼합 에틸렌-비닐 아세테이트 소재를 통해 신발 밑창에 사용되는 폼을 제조해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체커스팟은 2020년 5월에 3,600만 달러의 시리즈 B 펀딩을 포함해 총 5,400만 달러를 투자받았고, 앨지니트는 시드 라운드에서 220만 달러를 모금했다.
시사점
글로벌 투자은행의 애널리스트 M 씨는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ESG는 점점 더 주주들과 투자가들에게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ESG에 적극적이다. 예전에는 ESG보다는 설비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이제는 기업이 ESG와 더불어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해졌다”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트렌드 속에서 미국의 많은 기업이 해조류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 수 있다. 해조류를 재배하면 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고, 해조류 자체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원이 될 뿐만 아니라, 가공해서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조류는 미국 시장에서 외면받던 식자재였으나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식물기반 식품의 인기에 힘입어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한, 해조류를 가공하면 다양한 산업에서 석유화학제품을 대체할 수 있기에 해조류의 잠재력을 활용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료: SPIN, AQUA, Blue Evolution, PBFA, Synthetic Genomics,
Loliware, Checkerspot, AlgiKnit, Algix,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