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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탄소중립 대응 동향

작성자 : 편집부 2021-08-30 | 조회 : 1727


- 차이잉원 총통 “2050 넷 제로는 세계의 목표이자 우리의 목표” 
- 세계 트렌드와 보조 맞추려 저탄소화 법령 개정 및 탄소세 도입 추진 
- 기업들도 넷제로에 속속 동참… 저탄소화 기술·상품이 유망 분야로 부상 기대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만도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흐름에 합류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2050 넷 제로(net zero) 전환은 세계의 목표이자 대만의 목표”라고 강조하며,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는 이미 추진 중인 에너지 전환 정책 외에도 제조·운수·주택·농업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체계적인 탄소저감 전략을 구상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대만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과 정책 추진 동향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대만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8년 기준 2억9,600만 톤CO2e이다. 제조 부문의 배출 비율이 과반(52.2%)에 달하며 주거·상업 부문이 약 20%, 운수와 에너지 부문이 각각 12%대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은 2015년에 ‘온실가스 감축·관리법(Greenhouse Gas Reduction and Management Act)’을 제정하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기준연도인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1단계(2016~2020년)에는 기준연도 대비 2%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018년 기준 대만의 온실가스 순 배출량은 2억7,500만 톤CO2e으로 기준연도보다 2.7% 높은 상황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2050년 넷 제로 목표를 제시해 계획 수립을 주문한 만큼 대만도 탄소저감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만 행정원 환경보호서는 차이 총통의 넷 제로 목표 천명 이후 ‘기후변화실’을 설치하고 법령 개정, 로드맵 수립, 탄소세 도입 추진과 탄소국경세 대응 방안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법령(‘온실가스 감축·관리법’) 개정의 경우 기후변화실이 설치되기 전인 2020년부터 시작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넷 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방위적인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데 정부와 입법원(국회)이 인식을 같이하고 ‘기후변화 대응법’, ‘기후변화 행동법’, ‘기후변화법’ 등과 같은 다양한 버전의 법안이 논의되고 있거나 제출된 상황이다. 

‘기후변화 대응법’은 대만 정부가 마련 중인 개정안으로 2020년 말 초안 발표 당시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넷 제로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수준이어서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2021년 7월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안을 발표하자 대만 정부는 연내 입법원(국회 격)에 제출할 개정안에는 애초 발표한 개정 초안보다 적극적인 저탄소화 기조를 제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만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탄소세(또는 탄소 요금)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2020년 말에는 위탁연구를 통해 대만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려면 톤당 탄소 가격을 10달러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인상(2030년 98달러에 도달)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국들의 탄소국경세 도입 움직임과 대만의 영향

대만은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과 추진 동향에 주목하면서 EU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의 탄소국경세 도입 동향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일본, EU는 대만의 주요 수출대상국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각각 14.6%(미국), 6.8%(일본), 6.6%(EU 27개국)에 달한다. 탄소 배출이 많은 비금속(철강 포함), 플라스틱·고무, 화학품의 경우 이 세 국가·지역에 대한 수출 비율이 낮게는 20%에서 많게는 40%를 웃도는 수준에 달한다.

중화경제연구원 녹색경제연구센터의 원(Wen) 주임은 “대만의 대EU 수출량을 기준으로 탄소 함유량을 감안하지 않고 탄소국경세 도입 영향을 추산하면, 대만은 약 40억 대만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분석하며, “전체 수출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일본도 관련 조치를 도입할 때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기업 차원의 저탄소 추진 동향

대만은 상위 10개 온실가스 배출업체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석유화학 업체를 위주로 철강, 반도체, 시멘트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대만은 수출의존도가 높아 세계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대만기업들은 정부의 넷 제로 정책이 마련되기 전부터 자발적인 넷 제로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대만에서는 2018년에 첫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 가입 기업이 등장한 이후 속속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6월 1일 집계 기준으로 총 10개 대만기업이 RE100에 가입한 상태다.

RE100과 같은 글로벌 캠페인에 가입하는 것 외에도 상위 10개 온실가스 배출기업 중 일부와 몇몇 서비스업체들은 2021년 6월 ‘대만 넷 제로 액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하고, 2030년, 2050년 넷 제로 목표 달성에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철강, 반도체, 전자제품, 시멘트, 금융, 부동산, 통신, 건설 분야 업체들이 동참한 가운데 2030년까지 본사와 사무실의 넷 제로를 달성하고 생산 현장의 넷 제로는 2050년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저탄소, 넷 제로 가치를 추구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타이완시멘트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을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고 있다.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를 산화칼슘(CaO)과 결합시켜 포집하고, 이렇게 생성된 탄산칼슘(CaCO3)은 하소로(Calciner)로 보내 이산화탄소와 산화칼슘으로 재분해한다. 분해된 이산화탄소는 불순물 제거 및 냉각·압축 후 저장하고 산화칼슘은 다시 이산화탄소 포집에 활용한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미세조류 배양과 아스타잔틴 성분 생성에 재활용한다. 아스타잔틴 성분은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점을 활용해 화장품, 식품 가공에 다시 활용하기도 한다. 

타이완시멘트는 CCUS 기술 외에도 대체 원자재 활용, 재생에너지·폐열발전 도입, 산림 탄소 흡수원 확충, 공정 개선 등으로 최근 5년간(2016~2020) 누적 8만 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2030년부터는 이산화탄소 포집량이 연간 10만 톤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CCUS 관련 투자도 이어갈 방침이다.

퍼스널 케어 제품(샴푸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오라이트(O’right)는 제품뿐만 아니라 본사·공장 건물에도 친환경 인증을 취득하며 전방위적인 저탄소화를 실천하고 있다. 제품의 경우 유해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인증 원료를 사용, 제품 용기는 PVC를 사용하지 않고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 용기 하단부에는 씨앗 캡슐을 내장해둬 사용 중이나 폐기 후에도 환경에 해를 입히지 않도록 했다.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대용량(10리터) 리필제품의 경우 구겼다 펼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에코 용기로도 판매하고 있다.

건물은 친환경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시공했고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과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해 전력을 얻고 있다. 빗물 집수 시스템도 설치해 두었다. 

여기서 모인 빗물은 건물 밖 생태연못에 저장해 두었다가 조경 식물에 물을 주는 데 활용한다. 옥상 바닥은 자갈, 흙, 잔디로 덮어 태양 복사열을 줄이고 실내 통풍이 잘되도록 설계해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효과도 보고 있다.

제지업체 CLC(正隆)는 종이 용기 제작 시 남는 자투리 부분, 사용 후 버려진 종이 용기를 회수해 완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탄소 저감에 기여하고 있다. 

사용했던 종이 용기와 종이 용기 자투리는 표면에 코팅돼있는 플라스틱 필름을 벗겨낸 다음 각각 포장 상자와 재생 화장지로 재생산하고, 종이에서 분리된 플라스틱 필름은 건축자재(조립형 보도블록·기와)로 가공해 재활용한다. 

종이와 플라스틱 필름의 재활용은 삼림 파괴와 탄소 배출 문제*를 줄일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낸다. CLC는 2020년에 총 1만5,500톤을 재활용해 나무 벌목을 줄이면서 약 9만 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을 줄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플라스틱 필름 소각 시 탄소 배출, 친환경 건축자재가 아닌 콘크리트 사용 시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신재생에너지 도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3년간 매년 70억 대만 달러를 투자해 대만 전역에 분포해 있는 12개 공장에 태양광, 바이오가스, 바이오매스 열병합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첫 출발부터 저탄소 가치를 바탕으로 삼아 시작한 사례도 있다. 대만의 한 스타트업은 무한 재활용 의류 브랜드(브랜드명: FYNE)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폐페트병 등을 사용한 재활용 섬유로 의류를 생산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로부터 역 회수한 자사 상품을 섬유로 재분해해 다음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재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제로(0) 폐기를 표방하고 있다. 

입었던 옷을 역 회수할 때는 소비자에게 포인트를 지급해 자원재활용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의류뿐만 아니라 의류 택과 포장재(배송용 박스, 박스 테이프)에도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재활용 섬유로 만든 의류도 폐기할 때는 쓰레기가 돼버리는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판매했던 의류를 수거해 재활용해야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을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무환 재활용 의류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한다.

시사점

한국은 2020년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대만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은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을 통한 발전(發電) 측면에서 저탄소화를 도모했으나,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는 측면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보다 한발 앞서 저탄소화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만 정부가 연내에 제출할 온실가스 감축·관리법 개정안에는 강화된 넷 제로 목표가 명시되고, 탄소세(또는 탄소 요금) 제도 도입에 관한 근거 조항도 담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1차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모델은 화석연료에 기반한 ‘탄소 배출 경제’였으나, 장차 저탄소 기반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탄소 저감 경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현지 민간 싱크탱크인 대만종합연구원의 리(Lee) 부원장은 내다봤다. 재생에너지 투자, 저탄소 기술 판매, 탄소배출권 판매 등과 같은 방식을 통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에너지저장장치, 스마트그리드, 소형 재생에너지 시스템, 그린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기술 등이 부상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료: 비즈니스넥스트, 경제일보, 차이나타임스, 천하잡지, 대만넷제로액션얼라이언스, 
그린피스 타이완, 행정원 환경보호서, 환경정보센터, 비즈니스투데이, 업체별 홈페이지,
RE100 타이완, 대만종합연구원, 재정부, KOTRA 타이베이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