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동향
독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자동차 업계의 행보
작성자 : 편집부
2021-10-13 |
조회 : 1004
- EU·Fit for 55’ 차원의 자동차 CO₂ 규제 개정안, 2030년까지 55% 감축, 2035년까지 100% 감축 달성 목표
- 독일 완성차 업계,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합성연료 기술 혁신 올인
- 국내 자동차 업계, 수출난관 극복을 위한 자발적 탄소중립 노력 강화 필요
2021년 7월 14일 EU 집행위원회의 기후대응변화 패키지 ‘Fit for 55’가 자동차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사용중단 및 강화된 CO₂ 규제는 자동차 업계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대신 내연기관 유지와 함께 친환경적 합성연료의 사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승용 및 소형 상용 차량 CO₂ 감축 목표: 2030년까지 55% 감축, 2035년까지 100% 감축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55% 감축을 위한 기후대응변화 패키지 Fit for 55를 발표했다. 이러한 기후대응변화 패키지는 운송, 에너지, 배출권 거래제 등을 포괄하는 것으로 CO₂ 배출량을 감축시켜 2050년까지 EU가 기후 중립국이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Fit for 55는 특히 자동차 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EU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이 교통 분야에서 발생하고, 그중 자동차와 트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차량의 CO₂ 배출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2035년까지 100% 감축해야 한다.
즉, 2035년부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차량은 신규 등록할 수 없으며, 최종적으로 2050년부터 탄소를 배출하는 차량은 더는 도로에서 주행이 불가하게 된다. 이는 사실상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해당한다.
친환경 전략을 위한 독일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
독일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는 독일 자동차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독일 기업의 큰 변화를 강조했다.
기후보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단 가솔린 엔진 개선이 아니라 CO₂ 방출이 없는 순수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대가 될 경우에만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브뤼셀의 싱크탱크 T&E(Transport & Environment)의 독일 이사 코넬리스(Stef Cornelis)는 유럽의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판매되는 신차가 2035년까지 모두 전기자동차여야 한다고 한다.
Fit for 55에 발맞춰 자동차 업계의 계획안도 발표됐다. 먼저 폴크스바겐(VW)과 볼보는 내연기관 폐지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사 모델의 반을 배터리 자동차로 전환하고, 유럽 시장 내 전기자동차 판매 비중을 총판매량의 7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늦어도 2035년까지 유럽 시장 내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과 더불어 남미 및 아프리카의 경우 정치적 여건 미비 및 인프라 조건 부족으로 지연될 전망이나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임러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경우 대략 두 가지의 시나리오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상으로는 2039년까지 기후 중립 달성을 낙관하며, 2030년까지 A~S 클래스에 이르는 모든 시장 부문에서 전기차량 보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외에 다임러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보다 진보적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물색 중이며, 올 한 해 실행 속도와 차후 단계를 설명하는 전략 업데이트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BMW는 2030년 이후에도 내연기관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고객이 희망하는 바에 따라 대처할 예정이다. 포르쉐의 경우, 2030년 포르쉐 신차의 80% 이상이 순수 전기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우디는 2033년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고, 마지막 내연기관 신규 모델은 4년 안에 선보일 예정이며, 2026년부터는 순수 전기차 모델만 출시할 계획이다. 단, 중국 시장은 예외로 내연기관이 장착된 차량에 대한 수요는 2033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독일 정부, 보조금 지원을 통한 친환경 자동차 수요 확대에 박차
독일 정부는 기후 대응을 목표로 친환경 자동차의 수요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4만 유로 미만인 저가 전기차에 대해 2025년까지 구매 보조금 지원을 확대하고 동일 연도까지 전기자동차의 자동차세를 면제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친환경 자동차 지원을 통해 구매자와 제조업체에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 개발 계획의 확실성을 보장함으로써 혁신, 기술, 투자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게는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주고 있는 셈이다.
* 주) 2020년 국제 경영 컨설팅 회사 Horváth & Partners의 예측에 따르면, 2025년까지 독일 내 전기차(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340만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부실한 충전 인프라 및 전기차 보급 확대까지의 현실적인 한계점
CO₂ 배출 감축을 위해 전기차의 중요도는 높은 것이 분명하나 현재 전기차 공급 확대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배터리 등 주요 전기차 제조과정에서 보통 차량 대비 더 많은 CO₂를 방출하게 된다는 점과 전기차의 주행거리, 충전 시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미비한 전기차 충전시설은 큰 지적을 받고 있다. 유럽 자동차 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재 충전시설의 70%가 세 나라인 네덜란드, 프랑스 및 독일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불균형이 심각하다.
따라서 다른 EU 국가들은 CO₂ 배출을 하지 않는 차량의 판매량에 따른 충전 인프라 설비를 확장해야 한다. EU 집행위는 이와 관련해 주요 도로의 경우 최소한 60㎞마다 전기차 충전소를, 150km마다 수소 충전소가 설치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내연기관 폐지 반대 : 내연기관 자체는 문제없어, 친환경 연료 사용 시 CO₂ 배출 문제 해결 가능
Fit for 55 개정안에 반해 자동차 업계에서 내연기관 폐지 반대론이 거세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ACEA)는 내연기관 기술 자체보다 친환경적 합성연료의 부재가 문제이며, 효율적 탄소 감축을 위해 전환기간 동안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엔진 등 다양한 기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 또한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대신 합성연료와 연료 전지에 대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결국 CO₂ 배출의 핵심 문제는 연소 엔진이 아니라 연료라는 것을 나타낸다.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 친환경 합성연료(e-fuel) 사용이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
이러한 이유로 내연기관 폐지 대신 내연기관에 친환경 에너지를 연료로 쓰는 방법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이 축적돼 온 내연기관을 유지하면 기존 주유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기반으로 한 합성연료는 풍력, 수력 및 태양열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기후 중립적인 연료이므로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낮은 에너지 효율성과 높은 생산 비용이 지적되고 있으므로 내연기관의 합성연료에 대한 발전과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주요 기업, 합성연료 상용화 개발에 돌입
포르쉐는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 및 여러 국제 기업과 함께 칠레에서 합성연료 생산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로써 세계 최초의 통합 상업 대규모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 현재 풍력발전을 통해 내년부터 연간 13만 리터, 2026년까지 5억 리터 이상의 연료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포르쉐는 시리즈 모델에 사용되기 전에 먼저 칠레에서 생산된 합성연료를 자동차 경주와 운전자 트레이닝에 사용하고, 2024년부터 전 세계로 판매되는 스포츠카 911에 합성연료가 쓰이게 될 예정이다.
보쉬(Bosch)는 폴크스바겐(VW), 쉘(Shell)과 합작해 새로운 가솔린 기관 연료인 블루 가솔린을 개발했다. 블루 가솔린은 최대 33% 재생 에너지 함유량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감축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올해부터 독일 주유소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보쉬는 블루 가솔린을 전기차 추가 확장 대안이 아니라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유지될 내연차량을 위한 보조장치로 사용할 계획이다.
전망 및 시사점
한국 자동차산업협회(KAMA)는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 및 탄소규제 강화로 국내업체에 미치는 심각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판매 및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업체들의 경우 대 EU 생산 계획 및 수출 차종을 재검토해야 하는 등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자동차산업협회는 Fit for 55 개정안에 관해, ① EU의 탄소중립 달성 관련 기술 중립성 및 개방성 유지 필요, ② 전기차 관련해 충전시설 구축 확대와 인센티브 정책의 필요성 강조, ③ 우리나라는 EU와의 자동차 무역에서 적자국인 점과 유럽과 유사한 배출권 거래제 (ETS)를 시행하는바 국산 자동차에 탄소국경조정세를 지속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다.
최근 독일 완성차기업은 선도적인 탄소 감축 노력과 함께 자발적으로 재생 에너지 전력 사용을 확대하고 장기적 차원에서 밸류체인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추세로, 국내 자동차 부품기업 H사 독일 사무소 담당자는 “거래 기업별로 차이는 있으나, 최근 RE100 또는 지속 가능성 표준(Sustainability Standard)을 갖추거나 별도 탄소 감축과 관련된 납품 기준에 대한 서명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하고, 우리 기업이 현실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 주) ‘RE100’이란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 재생 에너지 전환 노력하에 추진되는 이니셔티브로 현재 약 322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 역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대 EU 자동차 및 부품 수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 자동차 업계 및 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자료: FAZ, ZDF, Tagesschau, Automobilwoche, eFuel Alliance, Handelsblatt, EUROFER,
Porsche 및 주요 기업 공식 홈페이지, Auto Motor und Sport,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및 KOTRA 프랑크푸르트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