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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 전쟁에 참전

작성자 : 편집부 2022-07-12 | 조회 : 1137



- 세계적인 EV 수요 증가로 배터리 시장 급성장 중
- 일본 자동차 업계도 뒤늦게 EV화 노선 돌입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일본 산업계가 큰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최근 전 세계적인 탈탄소 움직임에 따른 차량 전동화 추진이 가속화되면서 전기차(EV)를 비롯한 전동차의 핵심 부품이 새로운 ‘산업의 쌀’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국가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산업의 핵심 품목을 ‘산업의 쌀’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생산의 기반이 되는 필수 불가결한 핵심 식량인 쌀’과 같이 중요한 자원이라는 의미다. 고도 경제성장기 일본에서는 ‘산업의 쌀’은 철강을 지칭했으나 현재는 철강을 대신해 반도체를 지칭하고 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차량의 연료(저장 탱크)에 해당하는 배터리나 동력원에 해당하는 모터 등의 핵심 부품이 제2, 제3의 산업의 쌀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반도체 공급난처럼 배터리나 모터도 코로나19 등의 예기치 못한 사태를 계기로 세계적인 공급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본 고에서는 전동차 부품 중에서 특히 최근 성장이 두드러지는 차량용 리튬이온전지에 초점을 맞춰 일본 제조사들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상위 3사를 중심으로 한·중·일 메이커가 치열하게 경쟁 중인 EV 배터리 시장

배터리의 성능과 품질은 곧 탑재되는 차량의 항속 가능 거리와 안전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배터리는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품 중 하나다. 그만큼 차량 전체 원가에서도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데, 일본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의 국산 전기차(EV)의 부품 총원가에서 배터리 관련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절반에 달한다. 

현재 급속도로 성장 중인 차량용 배터리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중국의 CATL로, 한국의 LG 에너지솔루션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으며, 한·중·일 배터리 제조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어서 EV 보급의 3대 핵심 시장인 중국·유럽·미국 시장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국 기업이 배터리 시장을 석권 중인 중국

EV 선진국인 중국에서는 자국 기업이 배터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11년 설립 이후 급성장한 CATL은 북미·유럽 지역과 일본을 포함해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를 맺고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메이커로는 혼다가 CATL과 자본제휴(CATL에 약 1% 출자) 및 EV용 리튬이온배터리 공동개발에 합의한 것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도요타는 CATL과 신생 에너지 차량(NEV)용 배터리 부문에서 포괄적 제휴를 맺은 것 이외에도, BYD와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닛산은 CATL로부터 수출용 EV의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으며, Envision AESC에 출자(20%)를 진행했다.

급격한 EV 전환으로 세계의 배터리 공장으로 거듭난 유럽

한편 유럽에서는 EV 전환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며 EV용 배터리 공장의 신설·가동이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총 136만8,167대의 EV 및 PH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PHEV와 동일)의 신차 등록이 이루어졌으며, 유럽은 EV 세계시장 점유율 44.3%로 세계 최대의 EV 시장으로 거듭났다. 수송 비용 측면에서도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배터리는 현지 생산이 효율적이라는 점도 배터리 공장 신설이 급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유럽 내 배터리 생산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중국이나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가 유럽에 공장을 신설해 생산하는 경우다. CATL, SVOLT 등의 중국 기업 이외에도 LG 에너지솔루션이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도 유럽에 진출해 있는데, 한국 제조사들은 주로 중부유럽이나 동유럽 지역에 생산 거점으로 두고 있다. 

두 번째는 유럽 현지 제조사가 생산하는 경우다. 스웨덴의 신흥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가 대표적인 기업으로, 중국·한국 제조사가 석권 중인 EV용 배터리 시장에서 독일의 폴크스바겐·BMW 등이 지원하는 ‘EU의 국책기업’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완성차 메이커가 직접 배터리 생산에 관여하는 경우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6개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 테슬라는 베를린 근교에 건설 중인 EV 공장에서 최대 100GWh의 배터리 셀 생산을 병행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세계 1위 EV 메이커 테슬라 독주 체제하에 신흥 EV 메이커가 속속들이 등장 중

환경보호를 중시하는 바이든 정권 또한 EV 전환을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권은 2030년까지 미국 시장 신차 판매량 중 EV(하이브리드카 제외)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EV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중점항목으로 거론하며, EV 충전설비 및 가솔린 차량의 EV 전환 보조금으로 1,740억 달러를 배당한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북미의 EV 배터리 시장은 현재 북미·유럽권 자동차 메이커와 제휴한 중국·한국 배터리 메이커(GM과 LG 에너지솔루션, 포드와 SK이노베이션 등), 테슬라와 제휴한 파나소닉, 그리고 수직통합 모델로 자체 조달 방식을 표방하는 도요타 등의 구도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 내 신차 판매량 중 EV 비율은 2020년 1%, 2021년 1~9월 2%대로, 중국이나 유럽 시장에 비교하면 미국 EV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단계지만,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배터리 제조사는 향후 미국 시장의 수요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미국 내 생산 거점 신설 등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뒤처진 일본 자동차 메이커도 본격적인 EV화 노선 돌입

유럽 메이커에 비해 EV 전환에 뒤처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도 최근 들어 EV 전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1월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가 시정방침 연설에서 2035년까지 국내 신차 판매 EV 비율 100% 실현을 목표로 제창한 이후 약 1년 사이에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은 앞다투어 EV 전략의 수정 및 가속화 방침을 발표했다.

우선 2021년 4월 혼다가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신차를 EV를 비롯한 전동차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더불어 자동차 레이싱 F1 시리즈로부터의 철수 및 엔진 부품 제조공장 철폐를 발표했다. 

2010년 배터리 전기차 ‘리프’를 출시하며 EV 선두 주자로 나섰던 닛산은 2030년까지 EV 부문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전체 판매 차량 모델 중 EV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높은 연비를 앞세워 하이브리드카(HEV) 부문에서 큰 성공을 거둬온 도요타는 그동안 EV 전환에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왔으나 결국 2021년 12월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EV 판매 대수를 2030년까지 기존 목표 수치의 거의 2배에 달하는 350만 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의 EV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내연기관차 완전 퇴출 방침을 표명한 곳은 혼다뿐이다. 도요타 및 닛산은 HEV 등의 선택지를 아직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일본 자동차공업회장을 겸임하는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대표이사는 지금까지 ‘우리의 적은 탄소이지, 내연기관이 아니다’라며, EV화는 각국의 에너지 환경을 고려하며 추진돼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설령 전 차량을 EV화 해서 주행 시 CO₂ 배출을 억제한다고 해도 발전 시 CO₂가 배출되기 때문에 탈탄소 실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논리다(이 같은 접근방식을 라이프사이클어세스먼트(LCA)라고 한다). 일본 주요 완성차 메이커도 도요타의 주장을 대체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일본의 완성차 메이커 각사는 수소 엔진, 바이오매스 연료와 같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을 응용해 탈탄소화에 공헌할 수 있는 기술을 모색하는 동시에 신흥 메이커들이 대거 진입하고 있는 EV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시사점

반도체 부족의 영향으로 자동차 생산공장 가동이 중지되거나 생산량 감산이 지속되는 등 제조업에 대한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반도체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향후 EV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될 것을 고려하면 배터리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예기치 못한 사건 등을 계기로 수급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EV용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체제 구축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완성차 메이커와 배터리 메이커 간 파트너십 구축이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타업종 대기업의 시장 진입과 EV 신흥 메이커들의 등장으로 세계 EV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국제 정세를 고려한다면, EV용 배터리의 3R(Reduce, Reuse, Recycle) 요소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터리의 원료인 레어 메탈(희귀 금속)은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 등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어 공급 불안, 가격 변동 등의 리스크가 상시 존재한다. 

레어 메탈을 필요로 하지 않는 EV 배터리의 개발(Reduce), EV 사용 후에 거치형 배터리로써 재이용(Reuse), EV 배터리로부터 레어 메탈 회수(Recycle)는 앞서 언급한 리스크 경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EV의 수요가 폭증하기 전인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본 고에서 앞서 ‘일본의 완성차 메이커 각사는 수소 엔진, 바이오매스 연료와 같이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을 응용해 탈탄소화에 공헌할 수 있는 기술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EV가 앞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EV를 뛰어넘는 또 다른 혁신적 기술이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EV 배터리는 온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충·방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추운 지역에서 이용하기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고온, 다습, 먼지, 해수(염분) 등의 가혹한 기상·지리 조건으로 인해 EV가 최선의 선택지가 되지 못하는 국가·지역이 존재하는 만큼 앞서 언급한 수소 엔진이나 바이오매스 연료 등 새로운 탈탄소화 기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료: 제국 데이터 뱅크, 히타치 하이테크, 키오시아, 일본전산, Carview, 일간공업신문, 
NIKKEI신문, NIKKEIX-TECH 등의 자료 및 KOTRA 도쿄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