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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1)

작성자 : 편집부 2022-10-04 | 조회 : 1284


1. 들어가며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제조업 중 생산액 기준 5위, 수출액 기준 4위를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수요산업에 핵심 중간재를 공급하는 국가기간산업이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사(이하 유화사)들은 석유 유래 나프타를 기반으로 기초유분 및 유도품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중국은 다양한 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들을 전 세계로 수출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망 내 여러 부문에서 병목 또는 단절 현상들이 발생하며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2) 

동시에 중동 정유사 및 신흥국 국영기업의 석유화학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범용제품군 시장 내 국내 유화사와의 경쟁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내 석유화학 가치사슬의 안정성, 주요 경쟁국과의 경쟁우위를 점검함으로써 향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국내 석유화학 가치사슬을 식별하고, 각 단계별 경쟁우위를 주요국과 비교·분석함으로써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2) 대표적으로 중국발 요소수 수입 이슈,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 문제, 러·우 사태로 인한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금지 조치 등이다.

2.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현황

(1) 산업 개념과 범위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naphtha)를 포함한 석유제품 또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여 각종 중간재 및 최종재를 생산하는 사업으로 정의한다. 

주요 중간재는 기초유분과 중간원료로 구분되며, 기초유분 제품을 통해 3대 유도품(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과 기타 화학제품을 생산한다. 합성수지와 합섬원료, 합성고무는 각각 플라스틱 가공산업, 섬유산업, 고무산업의 핵심 원료로 사용되며, 기타 화학제품은 도료, 접착제, 세제, 화장품, 의약품, 비료 및 농약 등의 중간재로 사용된다. 이처럼 석유화학제품은 국내 다양한 수요산업에 핵심 중간재를 제공하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를 기준으로 석유화학 산업은 넓은 의미에서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 조업’으로 분류된다. 협의의 석유화학산업은 동 분류 중에서 ‘석유화학계 기초화학물질 제조업’, ‘석탄화학계 화합물 및 기타 기초 유기화학물질 제조업’, ‘석탄화학계 화합물 및 기타 기초 유기화학물질 제조업’, ‘합성고무 제조업’, ‘합성수지 및 기타 플라스틱물질 제조업’을 포함한다. 

(2)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특징과 글로벌 트렌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시장구조는 상류와 하류 부문이 상이하다. 기초유분과 중간원료제품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산업의 상류(upstream) 부문은 대기업의 비중이 높은 과점적 경쟁구조이다. 

반면 3대 유도품과 기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하류(downstream) 부문은 대·중소기업이 혼재된 경쟁구조이다. 둘째,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주력 분야는 범용제품이며 동 시장은 성숙도가 높고 제품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국산 제품의 생산기술을 모방한 제품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나프타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생산구조이며, 생산비 중 원료 비용의 비중이 70%를 상회하므로 국제유가 변동에 탄력적으로 반응한다. 

최근 중동지역 정유기업들이 석유화학 크래커 설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후방산업 주도로 생산시설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에탄 기반의 중동산 범용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면 글로벌 주요 수출 시장에서 한국산 범용제품과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3) 산업 수급 동향 및 전망

본 고의 분석 대상 중 LDPE, HDPE, PP 제품들은 2023년까지 지속적인 수요 증가에 따라 생산능력 및 생산량도 증가할 전망이다.3) LDPE는 중국과 한국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증설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 성장세가 공급 규모 성장세보다 빠르게 증가하며 자급률은 다소 하락할 전망이다. 

HDPE도 중동과 중국, 한국발 생산 시설 신증설에도 불구하고 초과 수요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나프타 기반으로 생산되는 PP는 꾸준한 생산시설 증설에 힘입어 초과 공급으로 전환될 것으로 우려된다.
3) 산업통상자원부·산업연구원(2021)의 「밸류체인 기반 산업경쟁력 진단시스템 구축사업–석유화학산업 편」에서 인용한 일본 경제산업성(2019), 「Forecast of Global Supply and Demand Trends for Petrochemical Products(from 2010 to 2023)」 재인용

3. 석유화학산업의 가치사슬 구조 분석

(1) 가치사슬 구조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가치사슬은 순차형(snake) 구조로 연구개발, 조달, 생산, 성형 및 가공, 수요로 구성된다. 석유화학제품은 제품 개발과 공정설계를 거친 후 실제 물리적인 제조공정인 원료(나프타) 투입부터 완성품까지 일괄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동 생산공정을 거쳐 완성된 제품은 수요기업에서 요구하는 물성 및 형태에 대응해 성형, 가공해 최종재를 수요처에 납품한다.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 조달은 국내외 정유사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고 있으며,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업스트림 분야로 진출이 확대되며 나프타 수입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생산은 나프타를 활용해 개별 생산공정에 따라 중간원료와 유도품을 생산한다. 

성형 및 가공은 수요산업에서 요구하는 니즈에 따라 다양한 성형방식을 통해 제품 형태를 변형한다. 동 부문은 대·중소기업 이 혼재된 시장구조를 보여 해당 기업들의 경영 상황과 경쟁력을 분석하기 가장 어려운 특징이 있다. 국내외 수요산업은 전기·전자, 자동차, 생활 친화, 건설산업 등 다양하다. 

석유화학제품의 범위가 넓으므로 이번 연구에서는 3대 유도품 중 생산량 기준으로 대표적인 다섯 가지 제품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다. 합성수지 제품 중에서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을 선정하였으며, 폴리에틸렌 제품은 다시 고밀도와 저밀도 제품으로 구분했다. 

합섬원료 중에서는 테레프탈산(TPA), 합성고무 제품 중에서는 부타디엔 고무(BR)를 선정하였다. 이를 종합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가치사슬 구조는 < 그림 2 >와 같다.

(2) 주요국별 가치사슬 특징

글로벌 석유화학 가치사슬 차원에서 생산 단계에 속한 유화사들의 경영성과가 평균적으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생산 단계에 속한 유화사들은 대부분 대기업이며, 최근 대형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업스트림 분야로 진출하여 경쟁이 격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화사들은 높은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유화사 들은 높은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률은 기업별로 상이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중국 국영 유화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최근 기술개발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높은 수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되었다. 

글로벌 석유화학 가치사슬 중 중간재를 공급하는 조달 부문에 속한 일본, 미국, 중국, 일부 한국 유화사 및 정유사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우디 국영 유화사(Aramco)는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경쟁사들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성형가공 부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혼재되어 있는데, 음(陰)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성형가공 단계를 선도하고 있고, 일부 중국과 한국 기업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모두 평균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 가치사슬은 소재(나프타)의 해외 의존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생산 부문에서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가스 기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소재 부문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은 높은 생산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생산 부문에서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크고, 성형 및 가공 분야에서도 조사 대상국 대비 부가가치 창출 비중이 높다고 분석되었다. 

글로벌 석유화학산업 내 각국별 특징은 일반적으로 원료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석유화학 시장 내 다양한 제품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품을 기준으로 국가별 특징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원료를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 유래 나프타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가스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동(사우디)이다. 다만, 가치사슬 내 성형 및 가공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과 중동 기업들을 충분히 식별하지 못해 분석에 한계가 있다.

중국은 한국과 유사하게 생산과 소재를 생산하는 대기업들의 경영성과는 양호한 반면, 성형 및 가공 단계의 기업들의 매출액 규모는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해 성형 및 가공 기업들의 수익성은 양호하다. 합섬원료와 합성고무 제품은 성형가공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미국 및 일본보다 오히려 양호하다고 분석되었다.

일본은 전반적으로 생산과 소재를 공급하는 대기업들의 경영성과가 양호하고, 성형 및 가공 단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매출액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한국, 중국과는 다르게 경영성과가 높게 나타났다. 제품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 중 생산기술 측면에서 일본 유화사들은 조사 대상 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 것도 특징이다.

미국의 경영성과는 소재를 공급하는 대기업들의 매출액 규모가 한국 대비 크고, 성형 및 가공기업들의 영업이익률도 한국 대비 높기 때문에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대규모 유화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치사슬의 경쟁력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다고 평가되었다. 가스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된 생산체계를 갖춘 미국 유화사들은 조사 대상국 중 공급역량과 원가 경쟁력이 가장 우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국영 대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화사들은 한국 유화사 대비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으며, 매출액 규모도 큰 편이다. 또한 미국과 유사하게 사우디아라비아 유화사들도 가스 기반 수직계열화 전략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기존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업스트림 분야로 진출하면서 공급역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화사들은 나프타를 거치지 않고 원유에서 직접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COTC(Crude Oil to Chemical)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화학산업 내 다운스트림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4. 석유화학산업의 경쟁우위 진단 결과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주요국과의 경쟁우위 진단을 위해 경쟁우위 원천 기준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세부 지표를 구성하였다. 

경쟁우위 원천 요소는 수요 안정성, 공급경쟁력, 혁신성, 인프라 등을 선정하였다. 경쟁우위 원천 요소를 측정할 수 있는 세부 지표를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정량적인 지표를 제시하고 자료의 한계에서 오는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정성적 평가 지표를 활용했다. 정성적 평가는 국내 석유화학산업 산학연 전문가 12인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수행하였으며, 비교 대상국은 중국, 일본, 미국, 사우디아라비아로 한정하였다.

글로벌 주요국 석유화학산업 가치사슬의 부문별 진단 결과, 한국은 대기업 차원의 기술개발과 생산역량은 중국 대비 우위에 있으나 미국과 일본 대비 열위에 있다고 평가되었다.4) 국내 유화사들은 공급망 안정성이 높고 전방산업 니즈에 대응한 성형 및 가공 관련 생산기술들은 중국 대비 우위에 있으나,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는 열위에 있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산업 가치사슬은 전반적으로 제도 및 인프라 측면에서 경쟁국 대비 취약하다고 평가되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제도 개선 및 기업경영 활성화를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수요 기반 소재 원천기술 및 대량 생산공정 기술 확보를 위한 공공 부문 중심의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제품별 가치사슬 종합진단 결과, 국내 유화사들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경쟁열위에 있다. 또한 에틸렌 유래 제품(PE, PP)의 제품 개발 및 생산 관련 기술 경쟁력은 중국 대비 우위, 비에틸렌 유래 제품(TPA, BR)은 모든 지표에서 중국 대비 열위에 있다고 평가되었다. 

국내 PE/PP 제품 가치사슬은 국가 차원의 제도 및 인프라 지원 미흡, 공급역량, 수요 규모 측면에서 열위가 미국 및 일본과의 차이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TPA는 우리나라의 신제품 혁신역량과 생산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중국 대비 우위에 있다고 평가되었다. 반면 BR은 인적자본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비해 열위에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 본 경쟁우위 진단 평가는 해당 연도에 한정하여 주요국의 가치사슬에 대해 상대적인 진단을 수행한 결과로, 수치 자체에 대한 정량적 의의보다는 서수적 의미를 적용하여 해석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5. 정책 방향 및 추진 과제

(1) 정책 방향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SWOT 분석을 도입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전략을 도출했다. 

우선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일정 수준의 기술 및 제품 경쟁력과 공급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신흥국 정부의 적극적 석유화학 인프라 지원과 국영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 확대로 향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위상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은 크게 사업구조 전환과 탄소중립 관련 신사업 기회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생산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및 다각화를 통한 사업구조 전환을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이 요구된다. 

우선 범용제품의 원료 다변화, 설비 효율화 및 규모의 경제 유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단계적으로 범용제품 위주의 사업구조에서 고부가제품 생산 비중을 높인 다각화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국제 유가 및 수급 변동에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탄소중립 관련 신사업 기회에 대한 선제적 대응 전략으로 친환경 및 특수용도 수요 소재(바이오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의 개발과 맞춤형 생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아울러 탄소중립 관련 소재 전환, 생산기술 개발을 통해 가격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시장 선점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국내 화학산업의 진흥을 목적으로 정부에서 추진한 주요 정책은 “화학산업 혁신전략(2018)”,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1.0(2019)”,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 2.0(2020)”이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을 가치사슬 단계별, 그리고 인프라별로 구분한 프레임에 맞춰 구분하면 국내 석유화학산업과 관련된 정책적 공백은 금융, 규제 및 환경 관련 국제협력 부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먼저 요소수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러시아산 나프타 조달 문제 등 외부 시장환경 변화 충격에 따른 조달 불안정성 증가 위험에 대비한 해외자원 개발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원자재 구매를 위한 전략적 투자 펀드 조성, 국내 유화사가 해외 자원개발에 필요한 기업 인수 지원, 무역 투자 및 시장조사와 같은 해외시장정보 제공 등과 같은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친환경 생산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하고 국내외 환경규제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친환경 생산공정에 필요한 기술개발, 인프라 도입 인센티브, 기후변화 협약 및 국제 환경규제 공동 대응 전략, 친환경 국제 공동기술개발 및 기술 교류, 환경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된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

(2) 주요 추진 과제

1) 조달 안정성 강화를 위한 해외자원 개발 지원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원자재를 해외로부터 조달해 핵심 중간재를 제조한 후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근 발생한 조달 불안정성 문제들은 국내 석유화학 글로벌 가치사슬의 연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 유화사가 해외 원자재 개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조달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자원개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인 해외 시장이나 인수 대상 해외 기업에 대한 기초 조사 등을 공공 부문에서 수행한 후 민간 부문에 제공해야 한다. 또한 정부 주도로 인수 금융을 조성하고, 해외 자원개발에 참여하는 국내 유화사에 대한 신용보증을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기업을 인수하거나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얻은 국내 유화사의 해외사업 이익금에 대한 세액 공제를 지원하는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정부의 지원 활동들은 정부가 화학산업 글로벌 가치사슬 내 조달 안정성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송신함으로써 향후 민간 투자 확대의 기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2)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기술 상용화 지원

석유화학산업 내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추진 중인 연원료 전환,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기술 등의 상용화를 정부가 지원하여 탄소중립을 촉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추진 중인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 소재 기술개발을 지원함으로써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 출시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바이오 플랫폼에 사용할 화학 원료(BTX, FDCA)와 바이오 MEG, 아크릴산 등 중간재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범용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바이오-PE, 바이오-PU, 컴포지트, 바이오매스 기반 컴파운딩 고도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석유화학산업 내 탄소배출 저감형 관련 기술에 대해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 기술에 반영해야 한다. 

신성장·원천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는 공제율 우대를 적용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나 바이오 케미컬 원료 생산기술, 에어로겔 단열재 제조기술 등에 대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

3) 기후변화 협약 관련 주요국과의 공동 기술개발 및 교류 지원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적인 이슈이고 탄소중립 기술들은 특정국에서 독자적으로 상용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제협력을 통한 공동 기술개발 및 교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석유화학산업의 탄소중립 관련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EU지역을 중심으로 핵심·원천기술을 국내에 조기에 도입해서 상용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EU지역 내 탄소중립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 합작투자 등을 통한 전략적 제휴, M&A까지 다양한 기술 도입 유형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도입된 기술을 국내 유화사 단독 또는 국제협력을 통해 주요 국과 공동 상용화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 국제협력 글로벌 기술 도입형 국제 공동기술개발(X&D)’ 사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상용화된 탄소중립 기술들은 향후 GCC(Global Commercialization Center)를 통해 한국보다 탄소중립 일정이 늦은 신흥국으로 수출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4) 규제 완화, 규제 샌드박스의 선제적 적용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구조를 탄소중립 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석유계 연원료 전환을 포함한 혁신적 기술들이 도입됨과 동시에 친환경제품의 시장점유율도 확대되어야 한다. 

생산방식 변화에 대응하여 기존 석유화학제품 생산공정에 적용되던 환경 관련 규제에 변화가 필요하다. 동시에 한시적으로 정책의 도입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에 친환경 화학제품을 포함시킴으로써 초기 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국내 석유화학산업 내 탄소중립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완화 또는 개정되어야 할 환경 관련 법률 및 규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배출권거래제 이행 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한 법률이 개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폐기물관리법’ 내 재활용 유형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원료로도 사용하도록 추가해야 한다. 그리고 ‘석유사업법’ 중 석유제품의 정의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신규로 포함시켜야 한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친환경 석유화학 신제품의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 비석유계 원료 사용 제품,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친환경 신제품의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우선 적으로 규제 유무, 인허가 사항 등에 대해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내 신속 확인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친환경 신제품의 신속한 시장 출시를 위해 동 샌드박스 내 임시 허가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동 제도는 친환경 신제품 관련 법령 정비 이전에 임시로 신제품의 시장 출시를 허가해 주며, 2년 이내에서 1회 연장까지 가능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