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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원,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탄소섬유 복합소재 고속 금형·성형기술 개발

작성자 : 이용우 2018-01-03 | 조회 : 1785
1.0~1.2m크기에 달하는 자동차 루프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개발 성공


“무게를 덜고 기능은 더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카메라 등 휴대성이 생명인 전자제품의 제조 트렌드다. 
다른 의미에서 자동차도 다이어트는 필요하다. 고객의 연비개선 요구가 먼저였다면, 배기가스 감축이라는 세계적 추세가 이를 부추겼다. 경량화를 위한 신소재 개발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가운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금형기술그룹에서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사용한 대형 자동차부품의 고속 금형·성형기술을 개발했다.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산업기술연구소 금형기술그룹 윤길상 수석연구원(왼쪽)과  김동언 선임연구원(오른쪽)


자동차 경량화 시대, 탄소섬유 복합소재에서 답을 찾다
경량화는 자동차 주행성능 향상은 물론 연비개선, 배출가스감소에도 기여도가 높다. 온실가스 감축 및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동차 경량화는 업계의 생존전략이 됐다. 미래 친환경 자동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자동차와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비롯한 기타 전장부품이 차체 중량 증가를 불러오면서, 경량화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계가 주목한 것은 소재다. 전체 중량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차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량화 소재가 필수다. 알루미늄 합금, 마그네슘 합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 중에서도 탄소섬유는 철 무게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10배는 더 단단해 차세대 자동차 소재의 정점으로 꼽힌다.  
물론 단점도 있다. 탄소섬유 제조는 단시간 내에 설계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금형·성형공정 구현이 어렵다. 또한 수작업이 필요해 생산량도 낮고,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기 구조물, 건축 부자재, 스포츠용품 같은 단순형상 구현이나 경주용 자동차, 고급 슈퍼카, 스포츠카에만 사용돼왔다. 기존 성형공정과는 차별화된 고품질의 대량생산 공정기술 개발이 요구된 이유다.

자동차 경량화 시대, 탄소섬유 복합소재에서 답을 찾다
“새로운 흐름을 앞서 읽은 테슬라 같은 기업의 활약으로 미국 등 전기자동차 시장이 자리 잡은 해외시장에서는 탄소섬유의 제조·생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돼왔습니다.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대량 생산을 위한 금형·성형기술이 전무한 상황이었죠.” 
뿌리산업기술연구소 금형기술그룹 윤길상 수석연구원은 탄소섬유 제조생산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윤 수석연구원을 필두로 금형기술그룹에서는 연속성 탄소섬유 강화 프리프레그 복합소재의 자동차부품 고속 금형·성형기술에 주력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놨다. 탄소섬유 복합소재의 자동차 루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 기술이 국내 자동차 제조업계에 탄소섬유 복합소재 시대를 열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꿈의 소재, 최적의 기술로 대량생산을 실현하다
지금까지 탄소섬유 복합소재 부품은 범퍼와 같은 작은 사이즈 부품에 한해 생산돼왔다. 윤 수석연구원 팀이 개발한 1.0~1.2m크기에 달하는 자동차 루프를 찍어내는 금형·성형기술은 국내 최초다. 제조과정은 꽤나 복잡하다. 섬유를 시트 형태로 직조하고 시트 위에 플라스틱을 뿌려 프리프레그(Prepreg)를 만든다. 만들어진 프리프레그 성형을 위해 금형온도를 높일 때 플라스틱 성분 때문에 섬유에 균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작은 부품 생산에만 적용해 왔다. 금형면적이 커지면 온도제어가 어려워져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형의 부분별 온도편차를 계산하고, 1m 정도의 금형이 130℃라는 균일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히터를 배치했다. 
“성형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냉각배열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성형공정 시에는 금형의 온도를 무조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냉각시켜 금형을 식혔다가 다시 가열해 금형을 달구기도 하죠. 시트 여러 장을 겹치는 복합소재이기 때문에 내측까지 온도가 고르게 전달돼 성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형·성형 처리 후, 추출을 위해 제조품이 완전히 굳혀질 수 있는 급속 냉각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 윤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금형표면을 균일하게 가열하고, 가열된 온도를 유지하며, 완전 경화 후 추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압축금형공정인 것이다. 핵심은 온도제어를 위한 가열·냉각 카트리지 배열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이 모든 금형·성형 공정이 7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금형크기는 커졌지만 반대로 시간은 줄어들었죠. 앞서나간 미국, 독일의 기술력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일본 미쓰비시에서도 10분이 걸리죠. 이것은 온도제어기술뿐 아니라 적절한 소재선택 덕분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BMW 등 해외 제조사들은 주로 열가소성(CFRTP : Carbon Fiber Reinforced Thermo Plastic) 수지 기반의 탄소섬유 소재를 사용하는 반면, 이번 기술개발 프로젝트에서 채택한 것은 열경화성 탄소섬유 강화수지(CFRP :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s)이다. 열가소성은 고온에서 액체상태인 소재의 온도를 낮춰 형태를 잡는 반면, 열경화성은 온도를 높이면서 분자끼리 결합하는 가교현상​*을 통해 형태를 만드는 소재를 말한다. 열경화성 소재는 높은 경도(Hardness), 그리고 도장처리가 필요 없는 경면 성질의 표면을 가져 외장재인 자동차 루프 소재로써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한 경면처리공정 없이도 광택이 돌아 공정시간을 더욱 단축시킨 것이다.
* 가교현상(Bridge Formation) : 두 개의 특정 고분자 사슬 사이에 화학결합이 형성되는 것으로, 주로 고분자에서 폴리머를 상호연결하여,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변화시키는 반응


국내 자동차 탄소섬유 부품 시장에 숨을 불어넣다
탄소섬유는 공정이 복잡하고 단가가 비싸 대량 생산이 핵심인 자동차부품 시장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을 위한 연비규제가 강화되고 전기자동차가 대두되면서, 자동차에도 경량화의 최적 소재인 탄소섬유가 필요해졌다. 해외에서는 이미 활발한 기술개발이 이뤄져 왔지만 국내는 걸음마 수준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개발된 자동차 루프 생산기술은 자동차 탄소 복합섬유 부품 중 가장 큰 사이즈 금형개발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최적의 공정기술은 고비용이라는 소재의 단점도 보완했다. 
“철강보다 탄소섬유가, 그리고 열가소성보다 열경화성 탄소섬유 강화수지가 더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정시간이 단축되면 경제성은 높아지죠. 한정된 제조품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탄소섬유 소재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시장이 본격적인 탄소섬유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 태풍의 눈 속에서 윤 수석연구원 팀이 개발한 탄소섬유 복합소재 고속 금형·성형기술이 다가올 미래 자동차 소재시장의 바람막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