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솔루션
한국화학연구원, 신개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기술 ‘DHA’ 개발
작성자 : 취재부
2019-04-10 |
조회 : 1655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 새 해결책 제시… 고효율‧안정성‧대면적 기술 ‘네이처’ 게재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한 신개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기술 DHA(Double-layered Halide Architecture; 이중 층 할로겐화물)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페로브스카이트에서 빛을 받아 발생한 정공(+)을 전극으로 이동시키는 정공수송 층으로 사용하는 ‘전도성 상용 고분자’의 활용을 극대화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IF=41.577)’에 3월 28일 자(현지 기준)로 게재됐다.
Newport Co.에서 발행한 DHA가 도입된 P3HT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성능 인증서 |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서장원 박사팀은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효율화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10월 NREL 차트에 22.7%*의 인증 효율을 등재했다. 이번 논문에서는 상용화에 전환점이 될 기술을 적용하여 고효율, 고안정성, 대면적 모듈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획기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와 비교해 제조가 쉬운데 다 제작원가는 평균 5배 저렴하여 차세대 태양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에도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소개됐다.
* 미국공인인증기관 Newport Co에서 인증을 받았으며, 2017년 10월 NREL(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 미국신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당시 최고효율로 기록됐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었다. 기존 정공수송 소재*는 가격이 비싸고 높은 전도도 확보를 위한 첨가제*가 필요한데 다, 안정성도 취약했다. 또한, 대면적 인쇄 코팅을 하려면 소재의 대량생산과 일정하고 균일한 성능 확보도 동시에 요구되는데 기존 정공수송 소재로는 한계가 있었다.
*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정공수송 소재는 PTAA와 Spiro-OMeTAD 고분자가 있다. 정공은 양전하를 가지는 입자로 전류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 일반적으로 친수성 첨가제(Li-TFSI, tert-butyl pyridine 등)를 소량 도핑한다.
정공 수송 소재의 가격 비교 |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전도성 유기 물질은 PTAA, spiro-OMeTAD 등이 있다. (위표 참조)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상용 전도성 고분자는 P3HT(poly(3-hexylthiophene)) 이다. P3HT 고분자는 기존에 사용되던 PTAA와 spiro-OMeTAD에 비해 소자 제작에 필요한 소재 가격이 약 4~5배 저렴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공수송 소재로 ‘전도성 상용 고분자’ P3HT*에 주목했다. 이미 유기 태양전지와 유기 트랜지스터에서 활용되고 있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도 활용하고자 했으나 16%(단위 소자 기준) 수준의 낮은 전력변환효율이 걸림돌이었다.
* P3HT: poly(3-hexylthiophene)의 약자로, 고분자 정공수송 물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태양광을 흡수하는 3차원 결정구조를 갖는 페로브스카이트 할로겐화물 박막 표면에 신규 할로겐화물 박막을 형성시켜 DHA(Double-layered Halide Architecture; 이중 층 할로겐화물)라는 새로운 구조의 박막기술을 개발했다. 빛에 의해 활성화되는 광활성 층인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표면과 P3HT 사이에 HTAB*분자를 도입해 DHA를 만든 것이다.
* HTAB: Hexyl Trimethyl Ammonium Bromide(헥실 트리메틸 암모니움 브로마이드) 분자
구체적으로 P3HT와 페로브스카이트를 강하게 결합시키기 위해 P3HT의 알킬체인과 같은 크기의 알킬체인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계면에 HTAB을 도포해 반더발스인력*을 유도했다. HTAB의 알킬체인과 P3HT의 알킬체인을 지퍼처럼 맞물리게 한 것이다.
* 반더발스인력: 유기화합물에서 액체와 고체 등의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전기력
그 결과, 새로 형성된 할로겐화물 박막에 의해 페로브스카이트 계면의 물리적‧전기적 특성이 향상되고, P3HT의 자기조립(Self-assembly)을 바탕으로 정공수송 효과가 극적으로 높아졌다.
또한, 기존 정공수송 소재는 정공수송 능력 향상을 위해 친수성 첨가제가 필수적으로 쓰였는데, 이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안정성에 치명적 문제를 일으켰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수분에 취약한 탓에 태양전지의 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선 첨가제 없이 자기조립이 유도된 P3HT 고분자의 특성을 활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필요한 장기안정성과 대면적화 모듈 적용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상대습도 85%에서 1,000시간 이상 보관했을 때, 초기효율 대비 80%의 성능을 유지했다. 지금까지 수분에 취약한 페로브스카이트의 특성은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DHA 기술이 적용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선 높은 수분 안정성을 보였다.
또한, 실제 태양전지가 쓰이는 조건에서 1,300시간 이상 구동했을 때, 초기효율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유지해 장기 구동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처럼 높은 수분 안정성과 장기 구동 안정성은 실제 태양전지가 구동되는 외부환경에서도 장시간 고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태양전지 상용화에 필수조건인 대면적화의 가능성도 보여줬다. 0.1㎠ 크기(단위 소자)에서 확인한 기술을 25㎠ 크기(대면적 모듈)에 동일하게 적용한 결과, 25㎠ 대면적 모듈 기준으로 세계 수준*의 고효율인 16%를 기록했다.
*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모듈의 세계 최고효율: 17.2% (Microquanta, 모듈 크기: 17㎠)
(a)비교군과 DHA가 도입된 P3HT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분 안정성 평가, (b)구동 안정성 평가, (c)25㎠(5cmx5cm) 페로브스카이트 모듈 사진, (d)스핀코팅 및 바코팅 기법으로 P3HT를 적층한 페로브스카이트 모듈의 전류 밀도-전압 곡선 |
이번 연구를 이끈 한국화학연구원 서장원 박사는 “전도성 상용 고분자를 활용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효율과 고안정성을 확보한 신개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다양한 전도성 고분자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면서, “이에 따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소자의 성능 향상도 기대된다. 앞으로 최적화된 공정을 통해 고효율 대면적 모듈 개발도 가능하기에 상용화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공동교신저자로 참여한 노준홍 교수(한국화학연구원 겸임연구원,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부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효율과 안정성 측면의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으나 어떠한 기술로 이를 구현할 수 있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이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단순히 기존 기술 개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효율, 내구성 향상 기술개발이 아닌 상용화에 근접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이를 구현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Efficient, stable and scalable perovskite solar cells using poly(3-hexylthiophene)(P3HT를 이용한 효율적‧안정적‧대면적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네이처 3월 28일 자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멀티스케일에너지시스템연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사업, 한국화학연구원 주요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또한, 포항방사광가속기의 UNIST-PAL 빔라인(울산과학기술원, 신태주 교수, 공저자)에서 스침각 X선 회절기법을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