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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성 비닐봉투 ‘잘 찢어지는’ 문제해결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플라스틱기반 100%생분해성 비닐봉지

작성자 : 이용우 2019-04-22 | 조회 : 2007
- 목재‧게 껍질 추출 보강재 첨가…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투 대비 인장강도 2배 향상



바이오플라스틱 비닐봉투(셀룰로오스 및 키토산 보강)와 그 분해 실험
(왼쪽)이번에 개발한 셀룰로오스‧키토산 나노섬유 첨가 바이오플라스틱 비닐봉투
(오른쪽)연구진은 자체적으로 땅속에 새로 개발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를 매설한 후 썩어서 없어지는데 걸리는 기간을 실험했다.
 그 결과 완전히 분해되는데 총 6개월이 소요됐다.


 국내 연구진이 생분해성 비닐봉투의 ‘잘 찢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 100% 생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투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투와 비교해 인장강도가 2배나 높아 시중에서 쓰이는 석유계 비닐봉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학연구원 오동엽‧황성연‧박제영 박사는 바이오플라스틱(PBS)* 기반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를 개발했다. 이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는 자체 간이실험 결과 땅속에서 6개월 이내 100% 분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 바이오플라스틱(PBS‧Polybutylene succinate): 대표적인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바이오매스(사탕수수, 옥수수, 나무, 볏짚 등으로 생성된 식물자원) 기반 단량체(단위분자)와 석유 부산물 기반 단량체를 중합해 제조한 고분자.

 또한, 기존 생분해성 비닐봉투는 물론이고 석유계 비닐봉투보다도 더 강하고 질겼다. 그동안 바이오플라스틱은 생분해되지만, 인장강도(비닐봉투의 튼튼한 정도)가 약해 쉽게 찢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은 목재펄프와 게 껍질에서 추출한 보강재를 첨가해 인장강도가 약한 바이오플라스틱의 한계를 극복했다. 50L 반응기에서 비닐봉투와 빨대 시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 터라,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이번에 개발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의 핵심은 목재펄프와 게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나노섬유* 수용액이다. 
* 나노섬유: 직경이 나노미터 수준으로 매우 가는 초극세사.

 연구진은 먼저 목재펄프와 게 껍질에서 각각 셀룰로오스*와 키토산*을 추출해 화학처리 한 후, 고압 조건에서 박리(잘게 쪼개는 과정)했다. 다음에는 이 과정에서 얻은 나노섬유가 분산된 수용액을 바이오플라스틱(PBS) 제조 시 첨가해 기계적 물성을 극대화했다. 
* 셀룰로오스: 목재, 식물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자연산물.
* 키토산: 게, 새우, 곤충, 버섯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풍부한 자연산물이며, 항균성을 가지고 있음.

 그 결과 100% 생분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바이오플라스틱의 약점으로 꼽히는 인장강도도 크게 개선됐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석유계 플라스틱인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의 인장강도가 40MPa(메가파스칼) 이상인 데 반해, 기존 바이오플라스틱 비닐봉투의 인장강도는 대체적으로 35MPa 이하여서 찢어질 위험이 높았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생분해성 고강도 비닐봉투의 인장강도는 65~70MPa를 기록했다. 이는 질긴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나일론과 유사한 수준이다. 나일론은 낙하산과 안전벨트 소재로 쓰인다.
 
또한, 별도의 항균처리 없이 자체적으로 식품 부패를 방지하는 항균 능력도 갖췄다. 이 같은 효과는 키토산 덕분이다. 키토산은 천연 항균제로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능력이 있다. 이번에 개발한 바이오플라스틱 필름과 대조군인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 필름에 대장균을 노출시킨 후 48시간 경과 시, 바이오플라스틱 필름의 대장균은 90%가 사멸한 반면, PP와 PE 필름의 대장균은 거의 죽지 않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총 3편의 국외 SCI 학술지에 소개됐고, 대표적으로 소재 분야 저널 ‘카보하이드레이트 폴리머(Carbohydrate Polymers, IF:5.158)’ 2월호에 ‘Five different chitin nanomaterials from identical source with different advantageous functions and performances’라는 논문으로 게재됐다. 또한, 국내 특허도 2건 등록했다.

 한국화학연구원 황성연 바이오화학연구센터장은 “가까운 미래에 대형 마트에서 쓰는 비닐봉투, 과일을 포장하는 비닐롤백, 커피음료의 빨대를 우리가 개발한 친환경 소재로 바꾸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오동엽 박사는“우리가 개발한 소재가 최근 불거진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과는 한국화학연구원‧울산광역시 기술협력 사업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