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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잇는 신소재 ‘흑린’의 ‘나노 주름’ 생성 과정 첫 포착! UNIST 권오훈 교수팀, 초고속 전자현미

작성자 : 편집부 2020-10-19 | 조회 : 1422
- 빛을 이용한 흑린의 물성(物性) 제어 연구에 기여… ACS Nano 논문 게재


차세대 전자소자의 새로운 소재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 흑린(검은색 인)이 외부 빛에 반응해 주름(나노 주름)처럼 구겨지는 전 과정을 최초로 포착한 연구가 나왔다. 흑린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을 잇는 2차원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흑린의 ‘나노 주름’에 의해 파생되는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총장 이용훈) 화학과의 권오훈 교수팀은 흑린(Black phosphorus, P)에 섬광을 비추는 방법으로 흑린 내부의 미세구조가 변형되는 전 과정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흑린은 전자소자나 나노 스케일 미세기계(NEMS) 재료로 주목받는 물질이다. 전기적 특성을 쉽게 바꿀 수 있어야 이러한 소자 재료로 쓸 수 있는데, 흑린은 외부자극으로 미세구조가 변형되면 전기적 특성이 바뀌는 특이한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 흑린(인): 삐뚤빼뚤한 육각 벌집 구조(puckered honeycomb structure)를 가진 대표적인 비등방성(anisotropic) 2차원 반도체 물질. 성냥 머리에 쓰이는 적린(붉은 인)이나 폭약에 쓰이는 백린보다 상온에서 안정하다. 단순 육각 벌집 구조인 그래핀(탄소)보다 전기전도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래핀과 달리 에너지 밴드갭(전기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섬광: 짧은 순간 반짝이는 빛(레이저)


권오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흑린의 독특한 원자 배치구조(비등방성) 때문에 발생하는 다양하고 특이한 성질(전기·열 전도성, 광학적 성질 등)을 빛을 이용해 아주 짧은 시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는 점에서 실증적으로도 가치 있는 연구”라고 평했다.
* 비등방성(anisotropy): 물체의 물리적 성질이 방향에 따라 다른 성질. 흑린은 특정 방향으로 원자 배치가 더 빼곡하다.



흑린의 빛에 의한 열팽창 구조 변화. 
초고속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2차원 흑린의 나노 주름을 시공간 동시 이미징을 통해 4차원 재구성하였다. 특히, 흑린의 비등방적 원자 배열에 기인하여 나노 초 레이저 조사 후 열팽창 시 흑린의 지그재그(zigzag) 방향(원자 배열이 빼곡한 방향)으로는 나노 주름이(bulging), 이에 수직인 암체어(armchair) 방향(원자 배열이 느슨한 방향)으로는 넓게 부풀어 오르는 형태(swelling)로 반응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흑린이 외부자극에 반응해 순간적으로 구조가 변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한 연구는 아직 없었다. 빛의 강한 에너지로 나노미터 수준의 구조 변형을 일으키기 때문에 변형이 일어나는 순간을 포착하기 힘든데 다, 원자 수준으로 얇은 흑린의 미세한 구조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특별한 관찰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빛을 외부자극으로 써 흑린의 미세구조가 실시간으로 바뀌는 모습을 관찰했다. 짧은 순간의 반응을 포착하는 데는 ‘초고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했다. 초고속 전자현미경은 ‘초고속 촬영 카메라’처럼 아주 짧은 시간(최대 10~13초, 100펨토초) 간격으로 원자 수준의 움직임을 끊어 찍을 수 있다. 초고속 전자현미경으로 얻은 2차원 이미지를 입체적(3차원)으로 재구성한 뒤 시간 단위로 이어 붙여 흑린이 외부자극에 반응해 내부 미세구조가 바뀌는 전체 과정을 얻었다.
* 초고속전자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에서 ‘빛’ 역할을 하는 전자빔의 시간분해능(촬영 간격)을 피코초 단위로 높인 전자현미경이다.



4차원(3차원 공간+시간) 이미지로 재구성된 흑린 나노 주름 형성. 
A, 흑린의 지그재그 및 암체어의 각 원자 배열 축을 따라 2차원 시간 분해 암시야 이미지로부터 재구성된 4차원 이미지. B, 각 축을 따라 재구성된 이미지의 합으로부터 도출된 흑린 나노 주름의 전체 형상.


이를 통해 흑린을 구성하는 인(P) 원자가 더 빼곡하고 탄탄하게 쌓여있는 방향으로 구조 변형이 잘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자가 빼곡하게 쌓여있는 방향으로 나노 주름이 더 잘 만들어진 것이다. 피부는 탄력이 있을수록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데 흑린에서는 상반되는 현상 나타났다.



시간 분해 암시야(dark-field) 이미징. 
A, 흑린의 지그재그 또는 암체어 방향의 원자 배열로 만들어진 전자 회절 패턴(electron diffraction pattern)으로부터 시간 분해 2차원 암시야 이미지를 얻어내었다. B, 원자 간력 현미경 이미지 (atomic force microscope image)를 통해 시료 기판의 구멍 부분에 매달린 형태의 2차원 흑린 구조를 토대로 4차원 구조 재구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C, 시간 분해 암시야 이미징을 통해 나노 초 시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흑린의 비등방적 나노 주름을 지그재그 및 암체어 방향에서 각각 직접 관측하였다.


특히 이번 연구는 초고속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암시야 이미징’(Dark field Imaging) 기법을 적용했다. 암시야 이미징은 전자빔이 물질 내부를 구석구석 통과하면서 얻은 정보를 모아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법인데, 짧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 쓰기에는 어려운 기법이다. 전자빔의 세기가 너무 약해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센서가 빔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김예진 UNIST 화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2차원 물질의 구조 동역학 관찰에 암시야 이미징 기법을 최초로 적용한 연구”라며, “국내 유일 전자 ‘직접검출 카메라’를 활용해 암시야 이미징 기법을 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인 ACS Nano에 9월 23일 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IBS), 삼성종합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논문명: Light-Induced Anisotropic Morphological Dynamics of Black Phosphorus Membranes Visualized by Dark-Field Ultrafast Electron Microscope

자료문의: 화학과_ 권오훈 교수(052)217-5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