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솔루션
생기원, 2050 탄소중립 시대, 지구를 지킬 친환경 촉매 원천기술 개발
- 화석연료 대체 원천기술로 새로운 화학 패러다임 선도한다
최근 플라스틱 폐기물이 크게 늘면서 이를 원천적으로 감량하고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화두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 자원 기반의 대체 플라스틱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정부 역시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2025년까지 20% 감축하고 재활용 비율은 70%(현재 54%)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탄소중립과 연계해 석유 유래 플라스틱 중 바이오 플라스틱 대체 비율을 2050년까지 100% 높임으로써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친환경융합소재연구부문 김용진 박사
김용진 박사, 친환경 촉매 전환공정 개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친환경융합소재연구부문 김용진 박사는 최근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지속 가능 자원 기반 화학적 촉매 전환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이하 C1)와 바이오매스를 주원료로 고분자 원료 물질인 핵심 단량체를 고효율로 제조할 수 있는 신촉매·신공정 기술이다.
지난 2017년 개발한 바이오매스 유래 FDCA 제조 촉매기술을 진일보시킨 원천기술 성과여서 의미가 깊다. 특히 고분자 제조공정의 원천 소재기술로서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의 석유 유래 물질을 C1 및 바이오매스 기반의 재생 가능 원료로 대체할 수 있어 환경에 덜 유해한 고분자 소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한, PET의 대체 고분자인 PEF 단량체, 나일론 또는 폴리우레탄의 단량체, 차세대 2차 전지 전해액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김용진 박사가 실험실에서 촉매 반응을 연구하고 있다
“저는 촉매 화학자로서 산업 및 실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다양한 고분자 단량체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식물자원을 활용하는 신촉매기술을 20여 년간 연구 중인 거죠. ‘신’촉매란 어떤 출발물질에서 목적하는 화합물을 합성할 때 기존 촉매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뛰어난(온도나 시간을 적게 사용하나 높은 수율로 목적 화합물을 제조) 촉매입니다.
저희 분야에서는 하나의 과제에 ‘완료’라는 개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연구팀에서 개발한 기술이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기술 중 하나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종전에 원유에서 뽑아내던 원료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촉매는 에너지 효율도 높여주기 때문에 공정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FDCA 제조기술은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지만, 2017년 기술이전 하면서 축적된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꾸준한 연구를 통해 노하우를 쌓았다. C1 및 오탄당 또는 육탄당을 이용한 다양한 단량체를 제조하는 원천기술 포트폴리오(SCI 논문 22편, 특허 80건)는 사실상 김용진 박사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C1과 바이오매스 융합 친환경 단량체 제조
이번에 개발된 원천기술 역시 ‘진행형’ 기술이다. 환경친화적이고 재생 가능 물질을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단량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촉매가 달라져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서 촉매가 다양한 소재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알아보고, 향상된 새로운 촉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설명은 단순하지만, 실험은 수없이 이뤄지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촉매가 만들어진다.
이번에 개발된 신기술은 C1과 바이오매스로부터 치환 우레아, 카바메이트(우레탄) 등 이소시아네이트의 전구체와 퓨란계 다이올(diol) 등 플랫폼 단량체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카바메이트(우레탄)를 재료로 열분해한 물질을 고분자화하면 폴리우레탄이 되는 식이다. C1이나 바이오매스를 직접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이를 다양한 화합물로 만들어 합성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원료의 원료’가 되는 물질(플랫폼 화합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C1과 바이오매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촉매는 이 ‘활성화’ 공정에서 필요하다.
“석유화학에 활용되는 물질은 대부분 육각 고리 구조로 되어 있어 생분해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바이오매스는 오각 고리 구조로 되어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체 플라스틱은 생분해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신촉매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김용진 박사
이산화탄소 → 치환 우레아 95.1%, 바이오매스 → FDCA 99.1% 세계 최고 전환 수율
촉매 효율이 높을수록 플랫폼 화합물 생산수율도 높아진다. 김용진 박사가 개발한 Cs[BTd]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치환 우레아로 전환할 경우, 95.1% 수율, Ru/MnCo₂O₄ 촉매를 이용해 바이오매스를 전환해 FDCA 수율 99.1%를 달성했다.
이 기록은 모두 세계 최고 수율 기록이다. 더욱이 종전 기술은 순 산소(O₂)와 산화제, 유기용매 등을 사용해 폭발 위험이 있지만, 신기술은 일반 공기와 물을 촉매와 용매로 사용해 안전성을 더했다.
김 박사는 “C1과 바이오매스 기반의 단량체는 화학 산업에서는 업스트림 부문에 해당합니다”라며, “업스트림 소재는 최종산물인 다운스트림 물질(예: 고분자 소재)의 소재가 되므로 전체 화학 산업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큽니다. 일본 수출규제로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비상을 맞았던 때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마치 상류에서 강줄기가 끊어지면 하류에서 물 부족으로 난리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는 친환경과 탄소중립 측면에서 해당 기술의 위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기존 석유화학 공정은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C1과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드는 길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도 이제는 친환경 사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친환경’은 이미 세계적인 경쟁의 주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탄소중립을 정책 키워드로 내건 만큼 저와 같은 화학자들이 할 일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합니다.”
김용진 박사가 개발 중인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