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솔루션
UNIST, 다공성 물질(MOF) 변형기술 개발… “금값” 팔라듐 재활용 길 열려
- UNIST·충북대 연구팀, MOF 구조체 결합 끊어 금속 추가하는 합성 기술 개발
- 고활성 금속 넣어 재활용 가능한 촉매로 쓸 수 있어… 앙게반테케미 표지 선정
금보다 비싼 팔라듐 등과 같은 고가의 촉매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기술이 개발됐다. 고가의 소재를 여러 번 사용할 수 있어 공정비용을 절감하고, 한정된 귀금속 광물자원 소모를 줄일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UNIST(총장 이용훈) 화학과 나명수 교수·백승빈 연구교수·충북대 화학과 김민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금속-유기물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변형하는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골격체 구조를 의도적으로 끊어 새로운 금속이온을 끼워 넣는 기술이다. 이 합성 기술로 팔라듐이나 코발트 금속 등을 MOF에 끼워 넣으면 재활용 가능한 촉매 등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술로 합성된 팔라듐 촉매는 5번 이상 재사용을 해도 유사한 성능을 유지했다. 팔라듐은 의약품, 화장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화합물 합성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촉매 물질인데, 차량용 배기가스 감축 촉매 수요가 늘면서 최근 가격이 금값의 1.5배로 폭등한 귀금속이다.
팔라듐 촉매 합성과정 및 이를 스즈키 미야우라 반응에 적용한 모식도
결함 자리를 가진 DEMOF-I (또는 DEMOF-II) 합성 및 기능화 전략: MOF-74의 기공 내에 결함자리 생성을 유도하며 또한 아민 작용기(-NH2)를 지닌 아미노 살리실산(붉은색)을 적정량 도입해 DEMOF-I (또는 DEMOF-II)를 합성했다. 도입된 아민 작용기를 후처리 합성(covalent modification and metallation)해 새로운 팔라듐(Pd) 촉매 활성 자리를 만들어 DEMOF-I (또는 DEMOF-II)에 향상된 촉매 기능을 부여했다. 이 촉매는 스즈키-미야우라 반응(하단 반응식) 촉매로써 높은 효율을 보였다.
연구진이 변형한 MOF는 MOF-74다. MOF는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해 다공성 구조 골격을 이루는 물질이다. 구멍이 많아 촉매 지지체나 가스 저장 소재로 주목받는다. MOF-74는 MOF 중 합성이 쉽고 매우 안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물질 골격구조에 고활성 촉매 금속인 백금이나 팔라듐을 끼워 넣는 변형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었다.
연구팀은 금속과 유기물 분자 간의 화학결합이 끊긴 ‘결함 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든 뒤 절단 부위에 아민 작용기(-NH2)를 붙이는 방식을 썼다. 결함을 유도하는 동시에 아민 작용기를 포함하는 유기리간드를 첨가해 이러한 반응을 일으켰다. 절단 부위의 작용기를 추가적으로 변형하면 작용기에 팔라듐이나 코발트, 구리 금속이온을 붙이는 게 가능하다. 유기물의 양 끝에 금속이온이 붙어 있는데 그중 한 쪽만 결합이 끊어져 입체 구조는 유지된다.
* 작용기(functional group): 유기물에 특정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원자 그룹
팔라듐이 끼워진 MOF-74는 스즈키-미야우라 반응의 촉매로써 70~99%의 효율을 보였다. 스즈키-미야우라 반응은 의약품 제조 등 고부가가치 화합물 제조에 널리 쓰이는 화학반응으로 팔라듐 촉매를 쓴다. 일반적인 팔라듐 촉매는 재사용이 불가능(균일촉매)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MOF-74 촉매(불균일 촉매)는 재사용이 가능하다. 실험 결과 5번을 재사용한 뒤도 유사한 성능을 유지했다.
* 스즈키 미야우라 반응: 유기붕소 화합물과 유기할로젠 화합물을 탄소-탄소 교차 짝지움 (cross coupling)을 통해 효율적으로 결합시키는 반응. 방향족 화합물의 합성법으로서 자주 이용되는 반응 중의 하나. 이 연구의 성과로 일본 화학자인 스즈키 아키라가 201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불균일 촉매: 반응물, 생성물과 섞이지 않으며 불균일 혼합물을 이루는 촉매 화학반응 후 생성물과 촉매의 상(주로 고체)이 달라 촉매를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많은 경우 분리된 촉매를 재생 후 재사용한다.
앙게반테케미(Angewandte Chemie) 표지 그림
채널 형태의 기공 내에 결함 자리를 만든 MOF-74(오른쪽 아래 구조)는 결함 자리에 팔라듐(확대부의 노란색 공)을 끼워 넣어 스즈키-미야우라 반응의 불균일 촉매(분리해 재활용할 수 있는 촉매)로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결함 자리가 없는 다공성 MOF-74(왼쪽 위 구조)는 팔라듐 도입이 불가능하여 촉매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녹색과 청색 육각판은 반응물인 방향족 붕소화합물과 할로겐화합물을 나타낸다.
나명수 교수는 “구조 내 결함을 유도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MOF 내 작용기를 원하는 데로 집어넣어 추가적 기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크다”며, “제조기술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치솟고 있는 팔라듐 귀금속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촉매 제조기술로써도 가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화학분야 권위학술지인 앙게반테케미(Angew. Chem. Int. Ed.)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도 선정돼 4월 19일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선도연구센터(SRC)와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 논문명: Amine-tagged Fragmented Ligand Installation for Covalent Modification of MOF-74
자료문의: 화학과_나명수 교수 (052)217-2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