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동향
대만,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규제 확대 추진에 에코 컵 시장 ‘활짝’
작성자 : 편집부
2022-03-06 |
조회 : 2437
- 2022년 7월부터 관련 조치 속속 시행
- 2030년 플라스틱 일회용품 전면 퇴출 목표에 따라 친환경 상품 시장 지속 성장 기대
‘버블티의 원조’ 대만, 연간 일회용 컵 20억 개 사용 추산
대만은 테이크아웃 음료점이 많은 시장이다. 대만에서도 일회용품의 환경오염 문제는 비단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현지 환경단체인 ‘황야보호협회’는 대만의 연간 음료점 매출액에서 음료 하나당 판매가격을 50대만 달러로 잡고 계산할 때 연간 20억 개에 달하는 일회용 컵이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음료점 외에도 편의점, 슈퍼마켓 등과 같은 소매유통업체, 음식점에서도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만큼 실제 사용량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황야보호협회’는 또 2020년에 대만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 22만여 개 중 일회용 음료 컵이 1만 개를 넘었고 평균 1km당 수거한 일회용 음료 컵 쓰레기는 185개로 전년보다 20개가 늘었다고 말했다.
대만 정부, 플라스틱 일회용 컵 규제 확대 추진
일회용 컵 중에서도 특히 플라스틱 컵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대만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제한을 확대하기 위한 시행안을 2021년 말 발표했다.
먼저 2022년 7월부터 음료점의 스티로폼 컵 사용을 금지한다. 타이베이에서는 스티로폼 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스티로폼 컵이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보다 보냉 효과가 좋다는 장점때문에 남부 지역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다.
기타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 컵에 대한 규제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되는 스티로폼 컵 사용금지 조치와 달리 기타 플라스틱 소재 일회용 컵에 대한 규제는 지자체별로 시행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현지 상황과 형편을 고려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제한을 시행하는 시점을 정하고 중앙부처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는 방식이다.
시행안에는 소비자들이 개인 컵(이하, 에코 컵)을 휴대해 사용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돼 있다. 음료점·패스트푸드점·편의점·슈퍼마켓 프랜차이즈에서 에코 컵을 이용해 음료를 주문하면 최소 5 대만달러(원화로 200원 상당)를 할인해주도록 정해두었다.
지금도 높게는 4 대만달러까지 할인해주는 곳이 있으나 2 대만달러 수준인 곳도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만 환경보호서의 설명이다. 대만 환경보호서는 사회 전반에 플라스틱 저감 분위기가 조성되면 에코 컵 이용 혜택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시행할 방침이다.
다회용 컵 도입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편의점·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경우, 2023년 1월부터 업체별로 전체 매장 중 최소 5%의 지점에서 무료로 다회용 컵을 대여해야 하고 2025년까지 이 비율을 30%로 늘릴 방침이다. 다회용 컵 사용 확대와 동시에 일회용 컵 사용량도 줄여나가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다회용컵 도입을 의무화하는 이 제도는 아직 도입하기 전이지만 세븐일레븐, 맥도날드 타이완 등 편의점·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이미 선제적으로 도입해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일회용 컵 규제 확대에 에코 컵 시장은 기대감 상승
플라스틱 일회용 컵 규제 확대 방침이 발표되자 대만의 대표적인 디자인 상품 쇼핑몰 Pinkoi에서는 에코 컵 관련 키워드 조회 수가 급증했다.
Pinkoi 관계자 A씨는 2022년에 에코 컵 관련 상품 매출이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미 이전부터 친환경 소비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대만에서도 에코 컵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도 에코 컵은 해마다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지 주요 크라우드펀딩 컨설팅업체인 베커파운더(Backer-Founer)에 따르면, 2021년에 후원자 수가 가장 많았던 10대 펀딩 프로젝트 가운데 에코 컵 상품이 7위와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후원자 수 1만1,000여 명으로 7위를 차지한 호림(Ho-lim, 다음 그림 ① 참조)은 컵과 일체형으로 만든 빨대 디자인이 특징이다.
버블티에 들어있는 타피오카펄도 빨대를 따로 사용할 필요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PP 소재로 내열 온도가 110℃에 달해 뜨거운 차나 커피도 담을 수 있으며, 다양한 색상을 출시해 소비자 개인 취향에 따른 선택의 폭을 넓혔다.
1만여 명이 후원한 하이딩인(Hiding in, 그림 ② 참조)은 스테인리스 진공 컵이다. 내부 바닥에 경사가 있어 음료에 들어있는 알맹이를 모아서 먹기에 편하고 지갑·스마트폰 등과 함께 수납할 수 있는 전용 크로스백, 전용 드링크 백을 옵션으로 판매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벼운 소재의 에코 컵을 찾는 소비자들과 보온·보냉 효과가 있는 진공 컵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각각 두 상품에 대한 후원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빨대 컵인 엘리펀트쿠파(Elephant Cuppa, 그림 ③ 참조)는 2019년, 2020년 연속으로 후원자 수 기준 크라우드펀딩 히트상품 10위권에 올랐다.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한 몸체에 불필요한 디자인을 최소화하고 실용성과 무독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실제로 대만 청년들이 이 제품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외관상으로 기존 제품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당장 2022년 7월부터 시행하는 스티로폼 컵 사용금지 조치는 시장 내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티로폼 컵은 일부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수준이고, 환경호르몬의 위해성에 대한 인식도 확산해 있다.
대만 환경단체에서는 대만 정부가 스티로폼 컵 사용금지를 예고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제한을 본격화하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고 에코 컵 사용 혜택을 늘리기로 한 만큼 일회용 플라스틱 컵 저감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만 정부는 2030년부터 비닐 봉투, 수저/포크/나이프, 컵, 빨대의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계획을 2018년 2월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정책 목표에 따라 단계적인 사용 제한이 시작되면서 기존에는 시장에서 보기 드물었던 에코 빨대, 에코 드링크 백 출시·판매가 늘었고, 에코백, 에코 컵 등과 함께 주요 친환경 상품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디자인 상품 쇼핑몰인 Pinkoi에서는 친환경 상품이 2021년 5대 인기 품목 중 하나를 차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친환경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친환경을 실천하고 있는 만큼 외형적인 멋과 사용 편리성을 고려한 디자인 상품에도 친환경 요소가 녹아든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도 정부 정책, 소비자 행동 측면에서 플라스틱 일회용품 퇴출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현지 시장 변화에 우리 기업들의 기민한 대응이 요구된다.
자료: 대만 행정원 환경보호서, 대만 경제부 통계처, 환경정보센터, 그린피스 타이완,
황야보호협회, Crowd Watch, 자유시보, 경제일보, 중국시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