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동향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의 위기,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점은?
작성자 : 편집부
2025-03-05 |
조회 : 111
- 산업계,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 위기 해결을 위해 정책 지원이 절실
- 우리 기업은 독일의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변화와 기업 대응 속에서 기회 포착 필요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생산 비용 증가, 수요 감소, 기업들의 투자 축소 등 여러 요인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이번 기사에서는 산업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의 현황과 주요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어떤 전략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며 독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의 위기
독일 전자 산업협회(ZVEI)는 지난 1월 29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이 현재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다고 밝혔다. 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까지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의 매출은 2,230억 유로로 전년 대비 6.3% 줄었으며, 생산량 역시 9.3% 축소됐다.

같은 기간 동안 수출 규모는 2,271억 유로로 3.9% 감소했다. 이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5.0% 줄어들어 1,463억 유로에 머문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수입 규모 역시 2,341억 유로로 전년 대비 6.2% 축소됐으며, 이는 독일의 전반적인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이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더불어 고용 상황 역시 좋지 못하다. 현재 3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단축 근무를 하고 있으며, 전체 고용 인구도 2% 감소해 89만2,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산업 위기 요인: 과도한 규제와 높은 운영 비용
2024년 산업의 부정적 지표는 선진국에 대한 수출 감소와 경기 침체 따른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전자 산업협회는 이보다도 독일의 구조적인 문제, 특히 과도한 규제와 높은 운영 비용이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이에 따라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1) 과도한 규제 부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에서는 2019년 이후 1만 3,000개의 새로운 규제가 도입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3 000개에 그쳤다. 기업들이 규제 대응에 소요하는 비용은 연간 650억 유로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주요 경제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독일 전자산업협회는 특히 지속가능경영 보고 지침(CSRD), 공급망 실사법, GDPR(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가 기업 운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전자산업협회의 대표인 볼프강 베버(Wolfgang Weber)는 “미국은 혁신하고, 유럽은 규제한다(America innovates, Europe regulates)”며, 유럽의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 높은 에너지 비용과 인프라 부족
독일의 에너지 비용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독일의 전기세는 EU 평균보다 높으며, 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전자 산업협회는 전기세를 EU 최소 수준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또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약 80만 km의 전력망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인프라 확충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3) 높은 세금 부담
독일의 기업세 부담은 OECD 평균보다 6% 높은 수준이다. 이는 독일 내 투자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며,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R&D) 및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독일 전자 산업협회는 기업세 개혁과 감세 정책을 통해 투자 환경을 개선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개혁 촉구
독일 전자산업협회는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 정부의 신속한 정책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정책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행정 절차의 간소화다. 독일 전자산업협회는 기업들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고 의무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속가능경영 보고 지침(CSRD) 개정이 시급하며, 공급망 실사법 역시 정부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 인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행정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에너지 비용 절감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에 협회는 독일 정부가 전기세를 유럽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전력망 확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생산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나면서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또한,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도 필수적이다. 협회는 연대 부가세(Solidaritätszuschlag) 폐지를 요구했으며, 감가상각 가속화 및 투자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독일을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독일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업들이 국제 표준화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세제 지원책(steuerliche Normungszulage)의 도입을 제안했다.
2025년 전망: 지속적인 위기와 회복의 불확실성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은 2025년에도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전자 산업협회는 2025년에 산업 생산이 추가로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산업 회복이 단기간 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시장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이 축소나 폐지 가능성이 있고,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더욱 강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행보에 따라 미국의 수요가 달라질 수 있어 독일 전자산업은 대(對)미국 관계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시장 수요가 저조했으며, 2025년에도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독일 국내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 성장의 핵심 변수는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개혁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산업계는 2025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를 산업 회복의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독일 전자 산업협회 협회장 군터 케겔 박사(Dr. Gunther Kegel)는 “차기 연방 정부는 실질적으로 행동하는 정부가 돼야 하며, 주요 과제를 과감하게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새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기업들이 독일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책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협회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거나 지연될 경우,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이 3년 연속 경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케겔 박사는 “기업은 유연하다. 독일에서 적절한 조건을 찾지 못하면 다른 곳에 투자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이 현실화하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자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협회는 정부의 지원이 미흡할 경우 기업들이 대응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 해외 투자 확대
독일 내 경제 및 규제 환경이 불확실할 경우, 일부 기업들은 연구개발(R&D) 및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해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유리한 투자 환경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인세 인하, 정부 보조금 지원, 인건비 절감,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국가들이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 기업에 매력적인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는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비교적 낮은 운영 비용과 유연한 노동시장을 제공해, 일부 기업들이 생산설비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추세다.
아시아 지역 역시 유망한 대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인도, 베트남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생산 비용을 제공해, 반도체, 전자 부품, AI 및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기업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한국, 일본 등은 R&D 투자 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과 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일부 기업들이 해당 지역에서의 연구개발 및 제조 활동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2)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생산 시설 이전
독일의 높은 전기세 부담과 에너지 비용 상승은 제조업체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반도체, 화학, 자동차, 배터리 제조 등)은 생산 시설을 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산업 전력 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일부 에너지 집약적 산업 관련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의 생산 기회를 검토할 수 있다. 한편, 유럽 내에서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풍부한 수력 및 지열 에너지를 활용해 저렴한 산업용 전력을 제공하고 있어, 에너지 비용 절감이 중요한 기업에 매력적인 대체 옵션이 될 수 있다.
3) 고용 축소 및 구조조정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력 운영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고용 구조가 변화할 수도 있다.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일부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계약직 및 파견직의 활용이 증가하고, 운영 효율성을 위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4)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디지털 및 자동화 투자 확대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운영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및 자동화 기술에 더욱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들은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운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로봇 공정, IoT(사물인터넷) 기술 등 자동화 및 디지털화 기술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기업의 기회 요인
살펴본 바와 같이,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의 위기는 높은 운영 비용과 부족한 인프라 등 독일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각종 정책 변화와 기업들의 대응 과정에서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1) 전력망 및 에너지 절감 솔루션 제공
산업 회복을 위해 높은 전기세와 에너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지면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첨단 에너지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고효율 배터리 기술 등의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기업들도 관련 기술과 솔루션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 기업들이 독일 시장에서 협력 기회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2) 자동화 장비 및 부품 공급
독일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디지털 및 자동화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첨단 제조 및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산업용 로봇,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IoT(사물인터넷) 기술의 빠른 도입이 예상되면서, 한국의 자동화 장비 및 핵심 부품 공급 기업들이 독일 산업과 협력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동화 부품, 센서 기술, 로봇 부품 등에서 강점이 있는 한국 기업들은 독일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할 수 있다. 실제로, 자동화 부품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 B사의 해외 영업 담당자는 KOTRA 함부르크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및 유럽 시장에서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3) 정책 지원 및 독일 기업과의 협업 확대
독일 정부는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제 지원, 투자 인센티브, 기업 간 협력 확대 정책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독일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한 기업들과 협업해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독일 기업들이 해외 투자 확대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한국과의 협력 및 기술 제휴를 통한 공동 프로젝트 추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시사점
2025년은 독일 전자·디지털 산업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전반에서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방향이 재설정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기업들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대응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은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 기회를 면밀히 분석하고, 독일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시장 진출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절감 솔루션, 자동화 기술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독일 산업의 변화 흐름에 맞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독일 시장의 정책 변화와 산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유망한 협력 기회를 발굴하며, 효과적인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 독일 전자 산업협회, Handelsbaltt, Hüthig Medien, Spiegel, WirtschaftsWoche,
Mordor Intelligence,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산업기술정책단,
코트라 함부르크무역관 자료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