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미칼리포트
SK의 업무혁신 실험…'출근 30분 전에 일할 자리 예약'
작성자 : 박애영
2018-10-31 |
조회 : 933
- 근무 방식 혁신 위해 개인 지정 좌석 없애고 '공유 오피스' 형식으로 변화
-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 사무실의 벤치마킹 위해 출장
SK E&S에 다니는 최진수(가명) 매니저는 지난 28일 오전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며 SK 사내 애플리케이션(앱) '온스페이스' 에 접속해 그날 일할 자리를 예약했다. 최 매니저는 "오늘은 날씨가 좋아 모니터 두개가 있는 창가 옆 좌석을 맡기 위해 일찍 나섰다"고 말했다.
SK E&S,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등 SK 그룹의 3개 회사는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에서 맞은편에 위치한 그랑서울로 업무 공간을 옮겼다.
서린빌딩은 "일 하는 방식을 혁신하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에 따라 개인 지정 좌석이 없는 ‘공유 오피스’로 리모델링 중이다.
SK E&S 등 3개 회사는 서린빌딩이 공유 오피스로 탈바꿈하는 1년여간 그랑서울 21~24층에서 먼저 공유 오피스 생활을 한다.
SK그룹이 공유 오피스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테스트베드(시험무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난 28일 오후 그랑서울 23층에 들어서자 서울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고급 카페 분위기의 라운지가 먼저 보였다.
직원들은 카페에 온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자유롭게 일하고 있었고 여러 명이 모여 대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쪽에는 시리얼, 커피, 음료, 토스트 등 간단한 다과가 놓인 공간이 있었다.
의자도 1인 쇼파, 2인 쇼파, 긴 쇼파, 사무용 등 다양한 종류로 배치돼 있었으며 곳곳에 자유롭게 읽을 책과 보드게임도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임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개인 자리 없이, 회사나 부서, 직급에 관계없이 매일매일 원하는 좌석을 예약해 업무를 본다.
SK E&S 직원 옆에 SK루브리컨츠 직원이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좌석 예약은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가능한데 예약 후 사무실 로비 보안문을 30분 내로 통과해야만 예약이 확정된다.
예약 후 30분 안에 보안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예약된 자리는 취소된다.
직원들은 출근해서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모니터를 통해서도 자리를 고를 수 있다.
자리는 크게 모니터 1개석·2개석, 일반석, 책상을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모션석, 3개면이 모두 벽면으로 막힌 집중석, 독서실 개인 방처럼 생긴 '포커스룸' 등으로 나뉜다. 직원들은 이 중 마음에 드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팀원들이 협업해야 할 때는 회의실을 예약해서 같이 근무할 수 있다.
SK는 공유 오피스를 만들면서 임원방은 기존의 60~70% 규모로 줄이고 팀장 방은 없앴다.
직원들에겐 개인 사물함이 하나씩 주어진다. 사물함의 위치는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배정됐다.
직원들은 사물함에 노트북 등 개인 물건을 넣고 다닌다.
최 매니저는 "처음에는 노트북과 업무용품을 가지고 다니거나 사물함에 보관해야 해 공유 오피스 도입이 꺼려졌지만, 막상 생활해보니 업무 공간도 넓고 좌석도 기분과 업무 특징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자유롭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종이 서류 사용을 자제하는 페이퍼리스 사무실도 추구하고 있다. 공유 오피스에는 프린터 기능이 있는 복합기를 두 대 정도만 뒀다. 인쇄는 어느 자리에서나 컴퓨터에서 출력버튼을 누르고 복합기에 사원증을 갖다대면 된다.
SK 그룹은 종이 인쇄를 자제하기 위해 최근 직원들에 갤럭시 탭도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서린빌딩은 7개 층이 공사 중이다. 서린빌딩이 지하 4층부터 지상 35층까지의 모든 공간을 약 1년간의 공사 끝에 공유 오피스로 탈바꿈 한 후에는 SK E&S 등 3개 사도 서린빌딩으로 다시 돌아가고, 공사가 끝나면 전 계열사가 공유 오피스에서 생활하게 된다.
SK의 공유 오피스 실험은 최태원 회장이 추진한 것이다. 그는 올 초 신년사에서 일하는 공간의 혁신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에서 혼자 일하고 만나는 사람은 인사만 나눈 사람을 포함해도 20명이 안 될 것"이라며, "이렇게 일하면 새로운 시도와 비즈니스 모델 변화가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SK는 연초부터 사무공간 혁신을 위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사무실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출장도 다녀왔다. 열린 사무공간을 지향하고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SK 그룹 관계자는 "현재 많은 기업들이 그랑서울 공유 오피스를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많다"며, "직원들도 당초 우려한 것과 달리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출처: Youtube 영상 URL: https://youtu.be/-41jLiLbh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