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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구조적 변화들

작성자 : 이용우 2018-06-04 | 조회 : 1854
인도가 세계 최대 플라스틱1)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는 이미 2015년에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국가가 되었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는 화폐개혁, 세제개편 등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IMF 등 경제기관들은 향후 인도 경제 성장률을 7~8%대2)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인도 플라스틱 수요 역시 견고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석유화학업계도 인도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 플라스틱 수출량 중 5%가 인도로 수출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012년 66만 톤에서 2017년 85만 톤으로 증가3)했다. 최근에는 인도 정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 환경개선을 약속하며, 한국 석유화학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아직까지 인도 플라스틱 시장 진출에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크게 두 가지 불안감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인도 수요성장에 대한 불안감이고, 두 번째는 인도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과 주민 갈등 같은 돌발 변수로 인한 투자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다.
본 고에서는 인도에서 나타나고 있는 최근 변화들을 통해 인도 플라스틱 시장의 수요성장 가능성을 점검하고, 인도 석유화학산업 투자 환경이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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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합성수지와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본 고에서는 5대 범용 합성수지인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S(폴리스티렌), PVC, ABS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2) IMF는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2018)’ 보고서에서 향후 인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7.4%(’18), 7.8%(’19), 7.9%(’20), 8.1%(’21), 8.1%(’22)로 전망하고 있다.
3) 한국무역협회(KITA). 한국에서 인도로 수출하는 합성수지(HS Code 39) 물량 합계


 1. 인도와 중국의 플라스틱 소비 구조 비교 

인도에서 소비되는 연간 플라스틱 물량은 약 1,300만 톤4)이다. 인도 인구가 13억 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 국민 1인당 소비하는 플라스틱 물량은 연간 10kg이 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평균(34kg)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인도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중국은 지난 15년간 연평균 경제 성장률 15% 수준의 고도 경제 성장기를 경험하였다. 같은 기간 동안 중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15kg(’00)에서 52kg(’15)으로 약 3.5배 성장했다. 중국의 사례로 비추어 봤을 때, 인도 역시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면서 플라스틱 수요성장이 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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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EIC Data. 2017년 기준 석유화학제품 소비량은 플라스틱(합성수지) 1,317만톤 (PE, PP, PVC, PS, ABS, SAN, PA, PMMA 포함), 합성섬유 276만톤, 합성고무 81만톤이다.


주요 국가별 1인당 GDP에 따른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분포(2015년 기준)      ⓐ

주) 5대 범용 플라스틱(PE, PVC, PP, PS, ABS) 소비량이 200만톤 이상인 18개 국가 및 경제권(EU) 대상으로 분석
자료: IHS(플라스틱 소비량), 세계은행(1인당 GDP)


일반적으로 신흥국에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달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플라스틱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 국가의 경제 성장 초기에는 건자재, 잡화 등 생활필수품 관련 제조업이 발달하게 되는데, 이들 산업에서 주로 소비하는 원료가 범용 플라스틱이다. 1인당 GDP가 5,000달러를 달성한 이후에는 경제 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플라스틱 소비량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이 나타난다. 중국은 지난 25년간 평균적인 플라스틱 수요성장 패턴을 원만하게 따라갔다. 반면, 인도는 아직 1인당 GDP와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모두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요성장 패턴을 확인하기에는 다소 이른 상황이다(차트 ⓐ).
그렇지만 현재 인도의 경제 구조를 고려했을 때, 인도에서 중국과 같은 플라스틱 수요성장 패턴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1인당 GDP가 1,500달러 수준이었던 2004년 당시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23kg이었다. 이는 현재 인도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9kg)보다 2.6배 많은 수준이다. 참고로 2016년 기준 인도의 1인당 GDP는 1,700달러 수준이다. 비슷한 소득 수준에서 중국과 인도의 플라스틱 소비량이 차이 나는 이유는 두 국가의 상반된 경제 구조 때문이다. 
한 국가에서 플라스틱 수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국 내 건자재, 포장재, 자동차, 전자·전기 등 플라스틱을 다량으로 소비하는 전방 산업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중국은 제조업이 발달하여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반면, 인도는 제조업 미성숙으로 자국에서 소비하는 제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차트 ⓑ). 즉, 인도 플라스틱 수요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방 산업의 활성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 구조 비교      ⓑ

자료 : World Bank, IHS, CEIC


 2. 인도 플라스틱 수요 성장 가속 요인 

최근 인도에서는 플라스틱 수요 성장을 뒷받침할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인도 플라스틱 수요와 관련해 ① 인도 정부의 주거환경 개선사업 추진, ② 현대식 유통 확대, ③ 내구재 산업 성장이라는 세 가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는 플라스틱 관련 전방 산업의 수요를 촉진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을 자체 생산으로 대체하면서, 인도 내 플라스틱 소비량을 증가시킬 것이다(차트 ⓒ). 전방 산업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이 진행되는 속도에 따라서 인도의 플라스틱 소비량 증가 속도 역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인도 플라스틱 성장을 견인할 주요 변화 요인      

주) 글로벌 플라스틱 용도별 비중 - 포장재(46%), 건설(22%), 자동차(6%), 전자전기(6%), 기타잡화(20%)


인도 정부는 자국 산업 육성에 외국인 투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4년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인도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288억 달러(’14)에서 436억 달러(’17)로 3년 사이에 약 1.5배 증가하였으며, 플라스틱 소비와 관련이 높은 전방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 역시 확대되고 있다(차트 ⓓ). 인도로 유입되는 FDI 규모는 향후 인도 경제의 구조 전환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할 것이다.


인도 내 플라스틱 관련 전방 산업 FDI 금액 추이      

주) 인도 외국인직접투자(FDI)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자료: 인도 산업정책촉진부(Department of Industrial Policy and Promotion)


① 인도 정부의 주거환경 개선 정책을 통한 건설 수요 확대
인도에서 플라스틱 수요 성장을 뒷받침하는 첫 번째 변화는 인도 정부가 도시 문제5)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인도에서 주택 및 상하수도 관련 인프라 개선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디 총리는 취임 이후 도시개발과 관련해 세 가지 주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도시 내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등 도시 인프라를 고도화하기 위한 ‘스마트 시티(Smart Cities)’, 도시 빈민가에 부족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하우징 포 올(Housing for all)’,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도 전역에 공공화장실을 조성하는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정책이다. 인도 정부 산하 기관인 인도주택도시개발공사(HUDCO)에서는 주택 및 도시 인프라 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며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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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상위 도시 20개 중 10개가 인도에 위치한다. 현재 뭄바이는 슬럼거주 비율이 41%에 이르는 상황이며, 인도 주요 도시에서 2022년까지 2,900만 채의 주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도시 인구 중 상하수도 이용하는 비율은 40% 수준이다.


인도 정부 주택·도시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승인 규모 추이      

자료: 인도주택도시개발공사(HUDCO)


인도에서 주택 및 도시 인프라 사업 확대가 기대되면서,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PVC 파이프이다. 2016년 기준 인도 PVC 파이프 수요는 약 180만 톤 규모이며, Supreme, Finolex 등 로컬 기업 중심으로 PVC 파이프를 생산하고 있다. Supreme은 38만 톤인 PVC 파이프 생산 규모를 2018년 말까지 60만 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Finolex 역시 28만 톤인 PVC 파이프 생산 규모를 2020년까지 56만 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 내 플라스틱 건설자재 생산 기업들이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PVC, PE, PP 등과 같은 플라스틱 수요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② 현대식 유통 비중 증가에 따른 포장재 수요 확대 
두 번째 변화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 같은 현대식 유통방식 확산이다. 2017년 인도의 현대식 유통 비중은 7% 수준으로 중국(20%), 태국(40%), 대만(81%) 등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인도에서 현대식 유통방식이 확대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인도 주 정부에서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대식 유통방식으로 대표되는 대형마트가 각 지역으로 확대되면, 1억 5천만에 달하는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6) 
그러나, 최근에는 인도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30%가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등 재래식 유통방식의 비효율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현대식 유통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례로, 2006년에는 약 500개 수준이었던 슈퍼마켓의 수가 2016년에는 8,500개로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유통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도 온라인쇼핑 시장 규모는 2016년 150억 달러에서 2020년에는 600억 달러까지 연간 41%씩 성장할 전망이다. 인도브랜드자산협회(IBEF)는 인도의 현대식 유통시장 규모가 연간 20~25%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그 비중이 1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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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Knowledge@Wharton, ‘Trouble in Store: A Setback for India’s Organized Retail Sector’, 2009.2.26
7) India Brand Equity Foundation(IBEF), ‘RETAIL’, 2018.3


▲ (좌)재래식 유통방식과 (우)현대식 유통방식에서 제품 포장 차이


이러한 유통방식의 변화는 특히, 포장재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재래식 유통방식은 별도 포장 없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장재 수요가 적은 편이다. 반면, 현대식 유통방식에서는 제품 정량화, 유통 과정에서 제품 보호, 진열대에서 광고 효과 등 기능성을 추가하기 위해 포장재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다. 현대식 유통방식이 확산되면서 인도 포장재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포장설비 수입액이 2015년 31억 달러에서 2017년 38억 달러로 증가하는 등 포장재 산업이 활성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8) 인도상공회의소(FICCI)는 인도 내 플라스틱 포장재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18%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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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한국무역협회(KITA). 인도 포장설비(HS Code 842220, 842230, 842240) 수입 금액 합계


인도 플라스틱 포장재 시장 성장 전망      ⓕ

자료: FICC(2016), ‘Plastic Packaging-The Sustainable Choice’


③ 내구재 산업 성장 본격
세 번째 변화는 인도 부유층 성장과 인도 정부의 제조업 육성정책 추진에 따른 내구재산업 성장 본격화이다. 일반적으로 빈곤층에서 중산층, 그리고 부유층으로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식료품, 연료와 같은 필수품에 대한 지출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구재에 대한 지출 비중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차트 ⓖ).


인도 · 중국 · 한국 1인당 평균 민간소비지출액 중 전기전자·자동차 비중 비교      

자료: Goldmahn Sachs(2016), ‘India Consumer Close-up’


인도 경제는 1990년 개방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추가 소득의 상당 부분이 소수의 고소득층에 집중되었다.9) 인도 정부는 경제 성장 혜택이 빈곤층에도 분배될 수 있도록 고용 효과가 높은 산업을 육성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10)하는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향후 인도 경제 성장과 인도 정부의 빈곤 감소 노력이 더해지면서 인도에서 자동차, 가전제품에 대한 구매력을 갖춘 부유층(연간 소득 3,200달러 이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차트 ⓗ). 부유층 확대로 인도 내구재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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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소득 상위 10%의 수입 비중은 33%(’90)→57%(’15)로 증가한 반면, 소득 하위 50%의 수입 비중은 23%(’90)→15%(’15)로 감소하였다. 인도에서 경제성장의 과실이 고소득층에 집중된 이유는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0년 이후부터 2012년까지 인도 경제 규모는 연평균 6.5%씩 성장하였으나, 고용인구 증가는 연평균 0.5% 수준에 그쳤다.
<참고> World Inequality Lab, ‘Indian income inequality, 1922-2015’, 2017.7.1
10. 인도 정부 2018-2019 예산안. Social Welfare 지출 금액 4.9억 달러(FY16)→6.8억 달러(FY19)


인도 소득 분배 구조 변화 전망      ⓗ

주) 원자료에서는 가구당 소득 자료이나, 1인당 소득 기준으로 변경하여 작성. 1가구당 평균 인원수 4.8명
자료: BCG(2017), ‘The New Indian: the many facets of a changing consumer’


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인도 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인도 승용차 판매의 50%를 차지하는 마루티스즈키(Maruti Suzuki)는 구자라트주에 4번째 생산 라인을 추가하는 등 2020년까지 30억 달러를 인도 시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폭스바겐은 2020년까지 인도에 6개 승용차 모델을 출시하기 위해 R&D센터를 신설하고, 생산 공장을 확충하는 등 12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7년, 인도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2,500만대(이륜차 79%, 승용차 15%)로 지난 5년간 연평균 6% 성장했다. 인도 자동차제조협회(SIAM)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2018년 인도 자동차 생산 대수가 전년 대비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11)
인도는 자국에서 소비되는 전자제품의 약 65%를 수입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자국 전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인직접투자를 100% 허용하고, 1억 달러 규모의 전자제품개발펀드(Electronic Development Fund)를 조성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12) 인도 정부의 정책 지원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전자기업들도 인도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 공장에 7,000억 원을 투자해 휴대전화와 냉장고 생산량을 각각 2배로 늘리기 위한 공장 증설에 착공했다. 중국 샤오미 역시 향후 5년간 인도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며, 인도 스마트폰 시장 내 지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전자기업들이 인도 시장 투자를 확대하면서 향후 인도 전자산업 규모는 연평균 3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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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India Brand Equity Foundation(IBEF), ‘Automobile’, 2018.4
12) ‘메이크인인디아’ 홈페이지(http://www.makeinindia.com) 참고 (접속일 2018.4.26.)


인도 전자 산업 생산 규모 전망      

자료: Frost & Sullivan(2017), ‘Electronics Manufacturing Industry in India’


 3. 인도 플라스틱 투자 환경 개선 동향 

2022년까지 인도 플라스틱 수요는 연평균 8.3% 성장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현재 계획된 신·증설 물량만으로는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차트 ⓙ).


인도 5대 플라스틱 수급 전망      

자료: IHS (PE, PVC, PP, PS, ABS 합계)


인도 정부는 자국의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7년부터 PCPIR(Petroleum, Chemicals and Petrochemical Investment Regions) 정책을 추진해왔다. PCPIR 정책은 인도 국영 정유사의 정제 설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사업을 확장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복합화학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PCPIR 정책에 따르면, 인도의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PCPIR 조성에 필요한 토지를 사전에 확보하고, 전력, 수자원, 폐기물 처리장, 도로, 항구, 통신 등 복합화학단지 운영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 건설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PCPIR 사업은 인도 연방 정부, 주 정부, 국영 정유사와 민간 투자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민관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13) 인도 정부에서는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석유화학단지 조성에 필요한 부지확보 및 인프라 건설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PCPIR 정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결과적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2009년 당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면서 석유화학업계 전반적으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었다. 프랑스 석유기업 TOTAL은 2008년부터 인도 정유-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검토하였으나, 당시 인도 국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투자를 보류하였다.14) 
두 번째 이유는 인도 주 정부에서 PCPIR 조성과 관련한 토지 수용 및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드라프라데시(Andhra Pradesh) 주에서 추진 중인 PCPIR은 전체 완공 시, 공장 가동에 4,800MW의 전력용량과 매일 3억 7천만 리터의 수자원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2015년까지도 PCPIR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용량은 313MW, 수자원은 7백만 리터에 불과했다.15)
그나마, 적극적으로 PCPIR 조성 사업을 추진했던 구자라트(Gujarat) 주에서는 인도 국영 기업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 투자가 이루어졌고, OPaL의 에틸렌 110만 톤 규모 설비가 2017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구자라트 주는 2010년 PCPIR 최종승인 이후, 토지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부지를 확보하였고, 도로, 관개시설, 전력, LNG 터미널, 항구 등 인프라 구축에도 25억 달러를 투자했다.16) 반면, 오디샤(Odisha), 안드라프라데시, 타밀나두(Tamil Nadu) 3개 주에서는 PCPIR 정책 추진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도 정부 및 각 주 정부는 인도 석유화학산업에서 국내외 민간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 여건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가시적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사업부지 확보에 대한 민간 투자자의 부담이 낮아지고 있다. 인도는 토지수용규정이 까다롭고, 이와 관련된 주민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사업부지 확보에만 오랜 시간과 많은 보상 비용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PCPIR을 추진하는 주 정부에서는 민간 투자자의 부지확보 부담을 낮추고자, 사전에 이미 확보한 부지를 민간 투자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PCPIR을 추진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주 정부에서 확보한 부지 면적도 확대되고 있다. 구자라트 주에서는 PCPIR 관련 토지 수용이 완료된 상황이다. 안드라프라데시, 오디샤, 타밀나두 주는 여전히 토지수용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확보한 부지를 중심으로 민간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17)
두 번째, 석유화학단지 운영에 필수적인 기본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서 인프라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에 배정된 정부 예산 역시 2016년 340억 달러에서 2018년 920억 달러로 2년 사이에 2.7배 증가했다. 인도 정부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전력, 도로, 항구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차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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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Ministry of Chemicals & Fertilizers, Government of India, ‘PCPIR Policy’, 2007
14) The Hindustan Times, ‘Total SA pulls out of $10 bn refinery-cum-petro-chemical project in AP’, 2009.9.15
15) Deccan Chronicle, ‘PCPIR between Visakhapatnam and Kakinada in for major power and water shortage’, 2014.11.20
16) 제2회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발표자료, ‘Gujarat Petroleum, Chemical and Petrochemical Investment Region (PCPIR)’, 2018.2.27.
17) Department of Chemicals and Petrochemicals, Government of India, ‘Annual Report 2017-18’, 2018.3.21


인도 인프라 경쟁력 개선 추이      ⓚ

주) 137개 국가 및 경제권(EU) 대상으로 조사
자료: World Economic Forum, ‘Global Competitiveness Index’


세 번째, 세금체제 개편으로 인도 현지생산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7년 인도 전역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통합간접세(GST)를 도입하였다. GST 시행 전에는 각 주마다 간접세율이 상이해 세금체계가 복잡했다. 주 경계를 넘어 제품을 공급하는 경우, 진입세/통행세를 납부해야 했고, 부가가치세를 이중으로 납부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GST 시행으로 유통절차가 간소화되고, 세금체계도 투명해지면서 인도 현지생산 기업의 과세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18)
이와 동시에 인도 정부는 자국 산업육성을 위해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자동차/전자제품 및 이와 관련된 부품에 대한 관세는 기존 7.5~15%에서 15~25%로 대폭 인상되었다.19) 인도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면서, 현재 7.5~10% 수준인 플라스틱 관세 역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 석유화학 사업 관련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글로벌 경기도 회복되면서 인도 플라스틱 시장 진출에 관심을 표명하는 외국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근래에는 사우디 Aramco와 대만 CPC가 각각 수 조 원대 투자를 통해 인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우디 Aramco는 인도 국영 정유사 연합(IOCL, BPCL, HPCL)이 마하라스트라(Maharashtra) 주에서 추진 중인 440억 달러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콤플렉스에 50% 지분으로 참여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대만 CPC는 구자라트 주에서 58억 달러를 투자해 납사 크래커를 포함한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 외에도 프랑스 석유기업 TOTAL은 2009년 검토를 보류하였던 안드라프라데쉬 주 석유화학단지 투자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 상황이다. 향후, 인도 정부의 투자환경개선 노력이 지속되면서 더 많은 기업들이 인도 시장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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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Deloitte, ‘GST Era Beckons: Outlook on Petrochemical Industry’, 2017.7.29
19) 인도 정부 2018-2019 예산안


인도 석유화학사업 투자 환경 변화 및 성과



현재 인도 플라스틱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의 상당 부분은 모디 정부가 주요 정책 아젠다로 추진하고 있다. 인도 국민 다수가 모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차트 ⓛ), 모디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인도 내 전방 산업 성장과 이에 따른 플라스틱 소비량 증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2019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가 연임에 성공하는 등 현재의 정책 기조가 일관적으로 유지될 경우, 향후 인도 플라스틱 수요 성장세가 10%대로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디 정부 지지율 변화 추이      

자료: Pew Research Center(2017), 'Three Years In, Modi Remains Very Popular'


사우디의 에너지부 장관인 Khalid al-Falih는 “인구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인도 시장은 사우디가 우선적으로 투자를 고려하던 국가였다”고 언급하며, “최근 인도 모디 정부가 보여준 정책 변화들이 Aramco가 인도 시장에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라고 인도 시장 진출 배경을 밝혔다.20)
외국 기업들이 인도 시장에 구체적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더 나아가 공식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기업들도 인도 플라스틱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하는 거대 시장 인도에서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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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The Economic Times, ‘Saudi Aramco picks up 50% stake in Maharashtra refinery’, 2018.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