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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TOS 2018] -제조 혁신을 이끌 미래산업, 장비 제조 산업- 세계 시장현황과 한국 기업들의 시장 접근전

작성자 : 관리자 2018-01-24 | 조회 : 2121
 FEATURE II   글 _ 정윤석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후 장비 제조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도 장비 고도화 정책을 발표하며 제조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선도 장비기업들에 비해 국내 장비기업들의 경쟁력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
장비시장은 수익성이 높지만 진입장벽 또한 높다. 시장자체가 극도로 보수적이어서 동종 업종의 축적된 경험, 판매실적 같은 레퍼런스(Reference)가 중요한 시장이다. 현재 세계시장의 글로벌 장비 제조 기업들의 시장진입 사례와 확장 전략들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자.


4차 산업혁명을 관통하는 장비 제조 사업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이후 장비 제조 기업(이하 장비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최근 생산 현장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지만, 장비는 여전히 기업의 생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CPS(Cyber Physical System)와 같이 최근 주목받는 신개념 공법도 장비 자체의 성능이나 호환성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독일의 ‘Industry 4.0’과 같은 각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에도 장비성능 고도화를 위한 재정 및 인력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주요 글로벌 장비기업들의 시장가치도 빠르게 상승중이다. 한국도 ‘제조업 혁신 3.0 전략’ 등을 발표하며 장비 고도화 촉진과 전문인력 확대 등의 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장비시장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

높은 수익률, 보수적 진입시장, 글로벌 장비시장
장비시장은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 분산제어시스템), 모터, 기어처럼 생산 라인을 보조하며 공정의 자동화를 돕는 ‘자동화 장비’와 반도체 공정의 ‘노광’ 및 ‘증착’ 장비처럼 제품 생산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장비인 ‘제조 장비’로 구분할 수 있다. Technavio 보고서(Global Industry Control Market 2016-2020)에 따르면 자동화 장비시장 규모는 2014년 883억 달러에서 2016년 989억 달러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자동화 장비의 대표적 기업은 Siemens, GE, Rockwell, Bosch 등이다. 이 기업들은 자사 자동화 장비와 IT솔루션(공장 관리 솔루션인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GE-Predix, Siemens-MindSphere 등 제조관련 IT 플랫폼 통칭)을 결합해 사업하며, 공장 자동화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제조 장비시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지, 정밀가공 장비 등으로 제조산업마다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지난 2014년 1310억 달러 시장에서 2016년 1320억 달러 시장으로 시장 성장성만 보면 크지 않지만 관련 기업들의 이익률이 큰 시장이다. 예를 들어, 최근 시장 업황과 수익성이 좋은 반도체 제조 및 제조 장비기업의 경우, 반도체 제조기업 상위 5개 업체의 2016년 영업이익률 평균은 18.1%이다. 반면 반도체 제조 장비기업 상위 5개 업체의 2016년 영업이익률 평균은 전방시장을 훌쩍 넘는 21.1% 수준으로 수익성 또한 상당히 높은 시장이다. 제조 장비의 대표적 기업으로는 AMAT, ULVAC, Hitachi 등이 있다.

▲Siemens는 경쟁력있는 IT솔루션 기술을 기반으로 공장자동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MindSphere 등을 앞세워 단기간에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시장 경쟁력&기술 노하우로 초기 시장공략
장비시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 자체의 높은 기술 장벽, 또한 보수적 고객 성향으로 ‘적당한 수준’의 기술로는 진입이 어렵다. 선도기업들 대부분 시장에서 레퍼런스로 받아들여지는 자신만의 기술,&노하우가 분명한 영역에 진입해 정착한 모습을 보인다.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인 ULVAC은 1950년대부터 ‘진공 처리 기술’ 기반의 사업을 전개하며 오랜 기간의 노하우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에 반도체 장비사업을, 1990년대에 디스플레이 장비사업을 시작했다. ULVAC은 2016년 기준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시장 점유율 약 10%로 5위에 올라있다. Canon도 1930년대부터 현미경 사업을 진행하며 ‘광학 기술’ 기반으로, 1970년대에 반도체 노광 장비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 1분기 기준 디스플레이 노광 장비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로 글로벌 최고 위치에 올라 있다. 또한 많은 선도기업들이 특정 산업의 태동기에 진입했거나, 특정 국가의 초기 발전 단계에 미리 진입, 정착한 모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수적인 장비시장에서는 고객과 사업자 거래 구조가 잘 바뀌지 않기 때문에, ‘선발자의 효과’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AMAT은 반도체 산업 태동기인 1960년대 반도체 화학 증착 장비 ‘AMV 300’을 개발해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줄곧 시장을 선도하며, 2016년 기준 매출 108억 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산업용 로봇 기업 Fanuc은 글로벌 경쟁사들보다 빨리 2002년 현지 중국 공장을 설립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ABB에 뒤져 있지만 2015년 기준 중국 시장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장비시장의 보수적 특징은 초기 진입 이후 사업확장 단계에서도 작용한다. 따라서 대부분 선도기업들의 사업확장 전략은 레퍼런스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레퍼런스 확보 패턴은 고객 기반과 레퍼런스를 갖춘 브랜드 인수나 자체 현장에서 충분한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 후 외부 사업으로 확산하는 방식 등이 있다.
Siemens의 경우 IT 솔루션을 결합한 공장자동화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최근 10년 동안 18건의 IT 솔루션 기업을 인수했다.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수명주기 관리)분야 선두기업인 UGS를 포함해 최근 10년간 인수한 솔루션 기업들은 이미 모두 연혁 10년 이상이었다. 결과적으로 Siemens는 경쟁력있는 IT솔루션 기술을 기반으로 공장자동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MindSphere 등을 앞세워 단기간에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미국 공장자동화 기업, Rockwell은 타지역으로 사업 확대 시 기존 브랜드 인수로 확장했다. 2007년 유럽 바이오·제약 시장 공략 시, 유럽 시장에서 오랜 기간 사업한 아일랜드 회사 ProsCon을 인수해 진출했다. 2011년에는 아프리카 자원시장 공략 시 관련 사업을 진행해온 남아프리카 공화국 기업 Hiprom 인수했다. 이런 방식으로 Rockwell은 현재 5,000개 이상의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할 만큼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글로벌 선도기업의 미래 전략, 토탈 솔루션 서비스
최근 선도적 장비기업들의 또 다른 패턴은 기존 장비영역을 넘어 ‘토탈 솔루션’ 역량 강화해 나간다는 점이다. 많은 장비기업들이 생산관리(MES)와 같은 IT솔루션 및 설계, 유틸리티, 유지·보수 등의 역량을 갖추고, 고객에게 라인, 공장 턴키(Turn-key)와 같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PLC 등 자동화 설비를 보유한 Siemens는 UGS, Elan Software 등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인수해 공장 IT솔루션 역량을 확보했다. 또한 Pace Global 등을 인수해 리스크 및 에너지 관리 유틸리티 역량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Siemens는 단순한 솔루션 판매가 아닌 공장 레이아웃 컨설팅과 같은 프론트 엔지니어링(Front-Engineering)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용접기기 등 가공장비를 판매하는 Panasonic은 Data Collection Systems를 인수하며 MES 등의 공장 솔루션 역량을 강화했고, Firepro Systems를 인수해 안전 및 보안 관리 등의 유틸리티 역량을 강화했다. Panasonic은 직접 보유하지 않은 검사 및 물류장비 등은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라인설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GE, Hitachi, Rockwell 등 대부분이 장비와 고객에게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이 시장 내에서 여러 역량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사업이 확산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IoT기술이 제조현장에 본격 적용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호환성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동일한 사업자가 장비와 솔루션을 함께 다루는 것이 장비 간 호환성에 유리하고, 정보·기술 유출 위험성 등을 낮출 수 있으며, 구매·운영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기도 때문이다.

한국 글로벌 경쟁력 확보분야, 차별화로 시장공략 가능
글로벌 장비시장의 선도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전문 영역과 시장 선점,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 인수를 통해 성장해왔다. 또한 변화하는 제조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토탈 솔루션’ 역량까지 갖춰나가는 중이다. 물론 글로벌 선도기업들과 국내 장비기업들의 업력, 역량 간의 차이가 있지만, 후발 진입자로서 국내기업들이 참조할 만한 점들은 분명히 있다.
첫째, 글로벌 시장에서 레퍼런스로 통용될 수 있는 우리만의 사업영역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철강·조선·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강하다. 이런 산업에 적용됐던 장비, 공정 노하우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영역에서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발전시킨다면 글로벌 시장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둘째, 우리만의 사업 영역을 찾아낸 후에는 ‘선발자의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신흥시장에서의 사업기회 모색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020년 중국과 인도의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규모는 각각 6조 달러와 1조 달러 수준으로 향후 상당한 수익성을 창출할 전망이다. 또한 모로코,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는 제조업 육성을 위해 IT 세트 기업의 설비 투자비 지원, 투자금에 대한 세금 면제 등 여러 지원정책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잠재력이 큰 신흥국 내 설비투자 기회를 먼저 파악하고,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진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사업모델에 관해서는 우선 ‘토탈 솔루션’ 역량을 갖춰야 한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제조업체들은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국내기업들보다 뒤쳐진 것이 사실이다. 모든 프로세스를 맡아서 제공해 주는 ‘토탈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충분할 것이다. 그러므로 공장의 설계·엔지니어링부터 장비, IT 솔루션, 유틸리티, 유지·보수, 컨설팅을 포괄하는 ‘토탈 솔루션’ 모델로 신규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국내기업들은 장비 이외의 IT솔루션 등과 같은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역량있는 기업의 적극적 인수나 국내외 기업들과 제휴를 해서라도 ‘토탈 솔루션’ 모델을 준비해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